임대차법 시행 1년..집주인·세입자 분쟁 늘고 전셋값 올랐다

노해철 기자 2021. 6.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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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계약갱신·종료 분쟁 조정 110건, 전년보다 16배↑
전세 수요 많은데 물량은 부족.."전셋값 더 오른다"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매물 시세표. 2021.6.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지난해 7월 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한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주택 전세시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 시행 이후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은 크게 증가하고 전셋값 불안도 여전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갱신된 계약이 종료되는 내년 하반기에는 전셋값이 더욱 크게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안정을 위해선 전반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임대차 관련 분쟁조정건수, 전년보다 16배 늘어

2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말까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계약갱신·종료’ 관련 분쟁 조정 건수는 110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건보다 15.7배 늘어난 수치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주택 임대차 계약갱신·종료 관련 분쟁 조정 건수는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7월 1건이던 조정 건수는 같은 해 12월 41건으로 증가했다. 올해에도 Δ1월 29건 Δ2월 21건 Δ3월 21건 Δ4월 26건 Δ5월 13건 등으로 꾸준한 모습이다.

임대차 분쟁 관련 상담도 크게 늘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말까지 공단에 접수된 임대차 관련 상담건수는 7만4456건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약 6768건의 상담이 이뤄지는 것이다. 법 시행 전(지난해 1~7월) 월 평균 4594건의 상담 건수와 비교하면 1.5배가량 늘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법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보니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집주인은 실거주를 하겠다며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다. 집주인은 세입자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부동산 전문인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세입자 보호라는 명목 아래 법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불필요한 분쟁도 늘었다"며 "소송 등에 따른 갈등 비용을 고려하면 집주인과 세입자 양측 모두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새 임대차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잇따르고 있다. 거짓으로 자신이 실거주하겠다며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집주인,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많게는 수천만원의 위로금을 요구하는 세입자 등이 그 예다.

엄 변호사는 "집주인 입장에선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보유 주책의 처분에 어려움을 겪다보니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세입자가 집을 비우는 조건으로 위로금 지급을 요구하더라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하반기 전셋값 더 오를 것"…시장 불안 계속

새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수요자 입장에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세 매물은 부족하고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3주(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9% 상승하면서 2019년 7월 이후 104주 연속 상승 중이다. 전세수급지수는 110.4로, 110선 아래를 유지하던 3월 4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사이로 나타나는데, 100을 넘을수록 수요 대비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전셋값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새 임대차법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가을 이사철과 재건축 이주 수요가 겹치면서 가격 강세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내년 하반기에는 전셋값 상승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계약을 갱신한 경우, 내년 하반기면 해당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선 계약 종료 이후 새로운 세입자를 대상으로 임대료를 대폭 올려받을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도 같은 아파트더라도 신규계약과 갱신계약 사이의 임대료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집주인들은 최대 4년간 임대료 인상에 제한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매매가격과 가까운 가격으로 계약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에 대한 전면 재검토 등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 학회장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부작용이 확대되는 만큼 임대차법을 폐지하는 수준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당장 전세 물량이 대폭 늘어날 만한 요인은 없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은 불가피하다"며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에 대해 2~5년간의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등 규제가 늘면서 전세 물량의 확보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sun9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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