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 아빠의 '사무실 불륜'.. 바람 잘 날 없는 英 보건장관

유태영 2021. 6. 2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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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부 청사 키스 장면 CCTV에 담겨
각각 세 아이의 아빠·엄마..불륜 의혹
"내연녀 측근에 둔 것도 모자라
책임자가 거리 두기 위반" 비난
해임 여론 고조.. 존슨 총리 "신뢰"
영국 더 선이 폭로한 맷 행콕 보건장관과 지나 콜러댄젤로의 키스 장면 CCTV 영상. 더 선 홈페이지 캡처
영국의 코로나19 대응 사령탑인 맷 행콕(42) 보건장관이 업무공간에서 최측근 여성 보좌관과 키스하는 장면이 유출돼 궁지에 몰렸다. 행콕 장관은 최근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최고 수석보좌관으로부터 “해임될 이유가 15, 20가지는 된다”는 십자포화를 받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딱한 사람”(poor man)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이번에야말로 장관직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대중지 더 선은 25일(현지시간) 행콕 장관이 지난달 6일 오후 런던 보건부 청사에서 지나 콜러댄젤로(43)와 부둥켜안고 키스하는 장면이 담긴 감시카메라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행콕 장관은 옥스퍼드대 재학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콜러댄젤로를 지난해 3월 6개월 계약직 무급 보좌관으로 채용한 데 이어 9월에는 보건부에 조언하는 비상임이사로 임명했다. 두 사람은 각각 결혼한 상태로 자녀가 세 명씩 있다. 콜러댄젤로는 행콕 장관의 중요한 회의, 행사에 동행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두 사람의 행동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응을 총괄하는 보건장관이 내연녀를 지근거리에 둔 것도 모자라 자신이 일하는 공간에서 불륜을 저지른 셈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앞장서야 할 보건장관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사람의 키스는 영국 정부가 식구가 아닌 사람과 포옹할 수 있도록 방역 규제를 완화한 지난달 17일 이전에 한 행동이다.

또한 정부의 직장 내 거리두기 지침에도 위배된다. 법적 구속요건은 아니지만, 정부는 가능한 한 다른 사람과 2m 거리를 유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나란히 서 있거나 마스크를 착용한 ‘위험 완화’ 상황이라도 1m 간격을 둘 것을 권고한다.

당장 ‘정의를 바라는 코로나19 유가족’ 모임이 “행콕 장관을 경질하지 않으면 국민이 거리두기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좋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경고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행콕 장관은 지난해 정부에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조언해온 임페리얼칼리지의 닐 퍼거슨 교수가 자기 집에 애인을 불러들인 사실이 드러나 정부 자문위원직을 사퇴했을 때 “옳은 결정”이라고 한 바 있다.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이 지난달 16일 BBC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지나 콜러댄젤로와 함께 방송사를 떠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노동당 역시 명백한 이해 충돌이라며 해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보리스 존슨 총리는 행콕 장관을 두둔하고 있다. 총리실 대변인은 존슨 총리가 행콕 장관의 사과를 받아들였으며, 그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집권 보수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일부 여당 하원의원들은 이날 폭로된 사진에 분노했으며, 한 전직 장관은 “행콕이 이번 스캔들에서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BBC가 전했다.

앞서 행콕 장관은 한때 존슨 총리의 오른팔이었던 커밍스 전 총리실 수석보좌관으로부터 맹폭을 받아 수난을 겪었다. 커밍스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영국 정부가 보인 혼란상과 무능을 하원 청문회에서 7시간 동안 폭로하며 “행콕 장관은 코로나19 회의에서 한 거짓말을 포함해 해임될 이유가 15, 20가지는 되며, 실제 존슨 총리가 지난해 4월 경질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문제가 커질 경우 그를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존슨 총리가 그를 자리에 놔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존슨 총리가 지난해 3, 4월 행콕 장관을 두고 “완전히 형편없다”고 말한 왓츠앱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총리의 알현이 15개월 만에 재개된 지난 23일 버킹엄궁에서 행콕 장관을 언급하며 “딱한 사람”이라고 칭한 바 있다. 여왕은 “보건장관이 상황이 나아지는 것 같다고 보더라”고도 했다.

영국은 전체 인구의 65%가 코로나19 백신을 최소 1회 맞았을 정도로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확산세가 안정됐다가 최근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면서 3차 유행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1일 이후 1만명대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으며, 이날은 1만5000여명이 새로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안팎으로 떨어졌던 일일 사망자 수도 최근 20명 선으로 증가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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