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처방 막으려 '이력조회' 도입했지만..외면하는 의사들
[앵커]
약국만 이런 게 아니었습니다.
마약 성분 때문에 의사가 깐깐하게 관리하도록 한 의약품을 사실상 '달라는 대로' 주는 병원도 있습니다.
가짜 환자를 찾아내고 허술한 약품 관리를 막아보자는 취지로 식약처가 제도를 만들어놨는데, 거의 안 지켜지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정재우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이 모 씨는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약을 먹다, 약물 중독자가 됐습니다.
[이 모 씨/약물 중독자/음성변조 : "OO내과 같은 경우에는요. 제가 딱 들어가면 이런 말을 해요. '오늘은 어떤 약을 받으러 오셨을까요? 며칠 치 원하세요?' 하고 줍니다. 아무 주의사항이 없어요."]
약물 중독을 끊기 위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입원 중에도 유혹을 이기지 못해 다른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 등을 사다 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습니다.
취재팀은 이 씨가 알려준 병원을 찾아 마약성 진통제를 요청해 봤습니다.
[○○병원/음성변조 : "(최대 며칠까지 할 수 있어요?) 10개도 해드릴 수 있어요. 돈이 비싸서 그렇지…. 이게 마약성 진통제예요 마약성. (그럼 중독되고 이러는 거예요?) 먹는 게 아니고 붙이는 건데 중독이야 되겠어요?"]
이 병원에서는 무려 석 달 치의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해 줬습니다.
이 진통제는 중독성이 강해, 처음 처방할 때 반드시 7일 치 이내로만 처방하도록 식약처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습니다.
식약처는 1년 전 의사들이 환자들의 마약류 의약품 처방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전산망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약물 중독으로 의심되는 '가짜 환자'를 구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 서비스에 가입한 의사 7천4백 명 가운데 86%는 최근 6개월 동안 접속한 적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번 이상 접속한 의사는 천 명이 고작입니다.
현행법상 의사가 이 서비스에 가입할 의무는 없습니다.
[천영훈/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거의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들이 이 문제가 이렇게 만연하고 심각한 거라는 것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 거고…."]
지난해 환자에게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한 의사는 10만 명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은 약물 중독을 걸러낼 전산 서비스에 가입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영상편집:사명환/그래픽:김지훈
정재우 기자 (j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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