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대용품 된 감기약..팔면서 "많이는 먹지마"라는 약사

전현우 2021. 6. 2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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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6일)이 유엔이 정한 '마약 퇴치의 날'입니다.

불법 마약 투약을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지만, 빈틈은 여전합니다.

특히 특정 성분이 들어간 감기약을, 마약 대용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약국에서도 별다른 어려움없이 약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전현우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동네 약국.

약물중독자 A 씨가 알약이 10개씩 들어 있는 감기약 10상자를 달라고 하자, 덤으로 한 상자를 더 내줍니다.

[약국 직원/음성 변조 : "(10개씩 사는데 좀 싸게 안 주나?) 하나 더 줄게 그럼."]

순식간에 110알의 감기약을 살 수 있습니다.

통상적인 감기 증상에 필요한 복용량보다 수십 배 많은 분량입니다.

[약국 직원/음성 변조 : "(나 왔다갔다 하기도 귀찮아) 응, 많이는 먹지마."]

이 약은 일부 약물 중독자들이 마약 대용품으로 먹는 약입니다.

약에 든 특정 성분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먹으면, 정신이 몽롱해지기 때문입니다.

[A 씨/약물 중독자/음성 변조 : "그게 중독이 돼서 먹으면 기분이 그나마 좀 좋아지고 힘들다가도 좀 좋아지고 하니깐."]

다른 약국에서도 같은 감기약을 요구해봤습니다.

[약국 직원/음성 변조 : "심부름이에요? 심부름 같은데요?"]

아무 제지 없이 감기약 80알을 내줍니다.

약을 산 약국 바로 앞에 있는 골목입니다

수백 개의 약을 복용한 흔적이 골목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또 다른 약국 인근에도 알약만 빼고 버린 껍데기들이 무더기로 발견됩니다.

[A 씨/약물 중독자/음성 변조 : "약국 가니까 편하게 그 약을 달라고 그러니까 그냥 주더라고요. 먹는 사람들이 몇 명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어린아이를 두고 부부가 같이 그 약을 먹더라고요."]

문제는 해당 감기약이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 의약품이라는 점입니다.

한 사람에게 대량으로 팔아도 약사는 아무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A 씨/약물 중독자/음성 변조 : "한 사람이, 그 가정이, 많은 사람들이 그걸로 인해서 중독되고 병들어가고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약사들이나 의사들이 무분별하게 판매를 하거나 처방을 내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감기약조차 일종의 마약 대용품으로 오남용되는 게 현실입니다.

KBS 뉴스 전현우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

전현우 기자 (kbs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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