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몰트 VS 블렌디드 위스키 '100년 전쟁' [명욱의 술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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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위스키'하면 어떤 브랜드가 떠오를까? 아마도 시바스 리갈, 조니 워커, 발렌타인, 로열 살루트 등일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블렌디드 위스키와 대척점에 있는 위스키가 바로 싱글 몰트 위스키(Single Malt Whisky). 다양한 곡물의 위스키 원액으로 블렌딩(혼합)하는 블렌디드 위스키와 달리, 싱글 몰트 위스키는 하나의 증류소에서 오직 몰트(Malt·맥아) 하나로만 만들기에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이것이 공식적인 비(非)싱글 몰트 위스키, 즉 그레인 위스키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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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렌디드 위스키는 300년 전만 해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원료가 대부분이 몰트로, 한 곳의 증류소에서 만드는 싱글 몰트 위스키였다. 싱글 몰트 위스키가 당연하다 보니 싱글 몰트 위스키라는 표현도 없었다. 이러한 위스키 시장이 움직인 것은 1725년. 조지 드러먼드(George Drummond)라는 영국 하원의원이 위스키의 주요 원료인 몰트에 세금을 붙이는 법안을 냈다. 이에 스코틀랜드 위스키 제조자들은 파업하거나 시위해 군대를 몰아내고 건물을 파괴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몰트가 아닌 다른 곡물인 밀, 옥수수, 감자 등을 사용해 밀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공식적인 비(非)싱글 몰트 위스키, 즉 그레인 위스키의 시작이다. 여기에 1823년 주세법이 개정돼 1824년에 공인 인증 증류소 제1호가 등장하며, 스코틀랜드의 밀주 시대는 막을 내린다.
이후 아일랜드 출신 전직 세금징수관이 고안한 연속식 증류기를 통해 위스키는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추게 되고, 맥아뿐만이 아닌 옥수수, 밀 등을 과감히 사용해 저렴한 가격의 그레인 위스키가 시장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싱글 몰트 위스키는 맛과 향이 풍부하지만, 가격이 비쌌다. 반면 그레인 위스키는 가성비 좋았으며, 로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었다.
하지만 100여 년 후, 다시 싱글 몰트 위스키는 블렌디드 위스키를 열심히 따라잡고 있다. 위스키 시장에서 가성비보다는 가치에 집중하는 소비가 늘어났고, 이는 싱글 몰트 시장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온다는 말이 있다. 돌고 돌아 오는데 100여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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