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윤석열·최재형 출마? 한국사회 공직윤리 무너진 것"

정용인 기자 2021. 6. 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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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선 도전 선언한 최문순 강원도지사 인터뷰

최문순 강원도지사(65)는 지난 6월 3일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대권주자가 될 수 있을까. 우선 통과해야 하는 것은 여당 내 당내 경선이다. 1차로 걸러지는 6명 중 한명으로 남아야 한다. 대권 도전 선언 후 그가 강조하는 것은 ‘메기론’이다. 수조차 안의 메기처럼 여권 경선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6월 21일 국회 앞에서 그를 만나 대권에 도전하게 된 이유, 그리고 정치권 현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민주당 대선 도전을 선언한 최문순 강원도 지사 /이준헌 기자

-6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이틀 전인 6월 18일 국회에서 최 원장이 ‘거취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 답변이나, 일부 보수매체에서 최 원장이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기사만으로 사퇴를 요구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는데요.

“적어도 공직에 있을 때는 ‘정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아니라고 딱 잘라 이야기해야 합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저도 그래요. 출마하기 전까지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아니라고 부인해야 합니다. 그게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인 겁니다. 그런데 거기에 모호하게 답변하는 건 하겠다는 뜻이거든요. 정치하겠다며 그 자리에서 여전히 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저도 여기 올 때는 휴가를 내고 옵니다.”

-아, 그런가요.

“선거 관련해 올 때는 휴가를 내서 오고, 차도 공용차를 쓰지 않고 사람도 엄격하게 분리합니다. 저런 식으로 정치적인 입장을 가진 채 그렇게 앉아 있으면 안 되는 거죠. 그렇게 이야기하려면 그 자리에서 그만둬야지요.”

-예전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비슷한 답변을 했죠.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행위죠.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를 아주 전형적으로, 적나라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람이 윤석열입니다. 그리고 곧이어 최재형 원장이 하고 있는 거고요. 있을 수 없는 일들입니다. 제가 만약 도지사 직책을 이용해 정치적 활동을 한다면 훨씬 이상해져요. 도지사는 행정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저 사람들은 사법권력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그렇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윤리의식, 정치윤리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인 것 같습니다.”

-최근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은 안 된다’고 한 발언도.

“그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거꾸로 현역 지자체장으로서 정치문제에 개입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언론인터뷰에 응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괜찮습니다. 나는 당적을 가진 사람이고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직과 분리해 정치활동을 하도록 돼 있는 거죠. 윤석열이나 최재형 같은 분들은 그 정신을 조금도 존중하지 않고 있는 거죠.”

-게다가 그분들은 선출직이 아니고 임명직이니까….

“감사원법 제10조를 보면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임명하되 해임할 수 없게 돼 있어요. 그 특권을 이용해 정치를 하고 있는 거죠.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특권을 정치에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그건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봅니다. 언론이 사실 이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사람이 언제 출마하느니 그런 것만 쓰고 있으니….”

최 지사는 언론인 출신이다. MBC에 1984년 입사해 오랫동안 사회부 기자로서 9시 뉴스 ‘카메라 출동’을 담당했다. 언론노조 초대 위원장을 맡은 뒤 다시 문화방송 사장,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역임한 뒤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3선을 기록하고 있다.

-재선 때까지 ‘감자 지사’, ‘SNS에서 도루묵을 파는 지사’로 유명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메기론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출마로 민주당 경선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요. 어쨌든 메기 역할을 그렇게 하다 보면 당선도 될 수 있다, 그렇게 계획을 잡고 있는 겁니까.

“그렇죠. 마라톤에서도 페이스메이커가 선수들을 끌고 뛰다가 시원찮으면 자기가 골인하는 거죠. 실제 그런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페이스메이커> 영화에서도 그랬죠.

“네. 그렇죠.”

-그렇게 될 거라고 보세요.

“그렇게 해야지요. 하하하.”

-현실적으론 이게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반대하는 나머지 빅 2, 이낙연과 정세균의 대리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인식되는 면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당 지도부에 ‘경선일정 연기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고 총대를 메셨던 것도.

“그게 사실이죠. 그래도 아직은 너무 초반이고 아직도 레이스가 길게 남아 있습니다. 마라톤으로 치면 이제 막 스타트한 상태인데요. 저는 가장 늦게 훈련 없이 이제 막 들어와 몸을 푸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하. 지역에 오래 내려가 있다 보니 감도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뿐 아니라 전부 다 시작점에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일로 서울에 오면 휴가를 쓴다고 했는데, 그러면 1주일에 며칠을 올라와 있는 겁니까.

“출마 선언 후 2주쯤 됐는데, 지금까지 나흘 휴가를 썼습니다. 지금부터는 더 쓰려고 합니다.”

-출마 선언을 보니까 ‘불공정·불평등·빈부격차 해소, 청년을 사랑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를 가장 큰 주제로 삼고, 취업사회책임제, 이게 아마 핵심 공약인 것 같습니다. 일단 강원형이라는 이름을 붙인 걸 보니 이미 강원도에서는 실험을 몇차례 한 거고요.

“그렇습니다.”

-대통령선거와 상관없이 강원도에서 첫 시작한 것을 비슷한 다른 시도에서도 받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받아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안 받아주나요.

“홍남기 부총리하고 만날 약속을 잡았는데, 기존의 일자리·저출산 예산을 보면 하나도 작동하지 않으면서 어마어마한 돈을 쓰는, 그런 예산들이 있습니다. 그 틀을 확 바꾸는 거죠. 그런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이해관계자들도 다 있고 하니 결단을 내리는 데 주저하는 거죠. 그런데 지금 우리 청년들을 보면 절규하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지 벌써 한 20~30년이 됐습니다. 그걸 우리가 대담하게 바꿔 청년들이 원하는 바를 해줘야 한다, 그리고 그 솔루션을 부분적으로나마 찾았다고 우리는 봅니다. 대선까지 기다려 다음 정권 출범해서 하자는 게 아니라 바로 하자, 그렇게 우리는 이야기하는 거죠.”

-실업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임금에 도가 100만원씩 보조해주는 방식인데, 언제까지 보조합니까.

“1년간입니다. 정규직일 경우.”

-비정규직은 해당 안 되나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해당됩니다. 그러면 나머지 임금만 그 회사에서 주는 거죠. 이게 반응이 굉장히 폭발적입니다. 예산을 1만명까지만 짰는데, 1만7000명이 단번에 모집됐습니다. 강원도의 인구가 많지 않아 실업자 수가 2만1000명입니다. 그걸 다 하면 상당수 실업이 해소됩니다. 기업들도 좋아하고 취업준비생도 좋아하고….”

-1년이 지나면 또 어떻게 됩니까.

“내년에요? 1년이 지나면 그때 또 시행합니다. 그러면 직장에서 이탈한 사람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분들을 상대로 또 합니다. 아마 올해보다 훨씬 줄어들겠죠. 그리고 그다음에 또 합니다. 매년 이렇게 하는 거죠.”

-1만7000명 모집해 100만원씩 지급하는 것은 정규직을 전제로 하는 거죠.

“정규직만 합니다. 그래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람들도 그중 700명 넘게 있습니다.”

-그러면 100만원씩 강원도에서 추가로 지급하는 거고요.

“네.”

-복지 관련 논쟁에서 복지비용의 비탄력성 문제가 이야기됩니다. 이 경우는 어떻습니까.

“외국에서 보면 복지나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우파, 그리고 잡개런티, 일자리 보장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좌파로 분류하는데 우리는 이게 뒤섞여 전부 우파들의 정책들만 이야기되고 있는 겁니다. 청년들은 이것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엿한 일자리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하는 거죠. 그러니까 정부로부터 돈 몇푼 받아 놀고자 하는 것이 아닌데, 우리 정책이 잘못된 겁니다. 대선주자들이나 정부 관료들 모두 이런 식으로 정책을 내고 있습니다. 나는 잡개런티, 일자리 보장제가 아니라 책임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의 모든 제도를 잡개런티 제도로 바꿔야 합니다. 예컨대 금융권이 대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고용약속을 받아 대출이자를 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환경차 보조금 같은 걸 줄 때 규제완화도 잡개런티를 조건으로 내걸어야 합니다. 요컨대 국가의 모든 제도를 싹 뜯어고쳐 고용국가를 만들자는 겁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실업자 수가 110만명인데, 그렇게 되면 실업자는 몇년 안에 다 없애고 완전고용상태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기본소득을 말하는 분들은 변화된 노동의 조건, 새로운 기술, 로봇. 이런 걸 말하는데.”

-4차 산업혁명 같은 것 말이죠?

“로봇세를 도입하자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다 거짓말입니다. 신자유주의에 우리가 속았듯 아주 그럴듯하게 들리는 거짓말입니다. 예를 들어 날씨예측 같은 경우 AI 알고리즘이 하는 거죠. 로봇같이 앞에 나와 있는 하드웨어에는 작게 세금을 매길 수 있지만, 알고리즘에는 세금을 매길 수 없어요. 주체가 딱 없는 거죠. 그래서 속임수라는 겁니다. 기본소득도 그중 하나이고요. 로봇을 쓰고 사람을 자르되, 자르면 소비가 안 일어나니까 기본소득을 주자는 취지인데, 기계와 기술에 사람을 종속시키는 그런 생각입니다. 철학 자체가 완전히 다른 거죠.”

-기본소득 자체를 사기라고 보는 겁니까.

“신자유주의 사기극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는 겁니다.”

-여러 버전의 기본소득 논의가 있잖습니까. 밀턴 프리드먼의 아이디어처럼 기존 모든 복지제도를 철폐한 대신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우파 버전의 기본소득도 있고, 현재 전 세계 좌파 내에서도 꽤 주목받고 있는 지역화폐와 결합한 경기도형 기본소득 같은 것도 있는데요. 이걸 싸잡아 신자유주의라고 딱지 붙이는 건….

“보편이냐, 선별이냐 복지논쟁 자체에 속임수라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나는 일자리 정책 쪽으로 와야 한다고 봅니다. 일자리라는 건 그냥 생계수단이 아니고 자아실현의 수단이기도 하고, 자기 정체성 실현의 수단이고 인간의 존엄 수단입니다. 자부심이기도 하고요. 개인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해요. 사람이 놀면서 아무리 돈을 줘도 지금 그 가치는 실현할 수 없다는 거죠. 현실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더라도 돈을 그렇게 많이 줄 수도 없지만.”

-사실 기본소득이 전제하고 있는 것이 노동을 인간 존재의 근본 이유로 보는 근대적 인간관에 대한 안티테제이지 않습니까. 노동은 자아실현이라기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전통적으로 말해오던 노동해방과는 다른 관점이지요. 지사님의 비판은 정통 좌파적 시각에서 비판이라는 지적이 나올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내가 느끼는 건, 예를 들어 80이 넘은 어르신께 ‘공공일자리에 나오시겠습니까, 아니면 20만원 드릴 테니 집에서 쉬시겠습니까’ 하고 물으면 ‘빛의 속도’로 일하러 나오십니다. 젊은이들은 더 말할 것도 없겠죠. ‘노동으로부터 해방’은 실제로는 인간의 삶에는 적용되지 않는 유토피아적 생각이라는 걸 현장에서 많이 느낍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한 최문순 강원도 지사 /이준헌 기자

-다시 윤석열 관련 질문을 드리면 직전 정권에서 검찰총장 같은 일을 맡은 분은 대선에 나가면 안 된다, 이런 입장인 건가요.

“총장을 사퇴하고 나가는 건 그분의 정치적 자유에 속하는 거죠. 제가 문제 삼는 것은 그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임명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반대했던 거죠. 그것은 정치행위입니다. 물론 정치행위를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반대한다고 건의할 수도 있고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수사를 한 겁니다. 정치적 반대라는 이유로. 그건 검찰권력의 남용인 거죠. 정치로 해야 할 일을 수사로 한 거죠. 그리고 계속 검찰총장으로 남아 있으면서 수사권을 행사하고 그걸로 정치적 이득을 본 겁니다. 가정하면 제가 도지사로 있으면서 도처의 행정인력과 예산을 이용해 내 정치활동을 한 것과 같습니다. 그것보다 훨씬 심한 거죠. 그게 이 사회에서 용납되는 것도 이해 안 되고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도 이해 못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공직윤리가 지금 말도 못 하게 무너진 겁니다. 조국 전 장관이 미울 수는 있어요. 미운 건 미운 대로 분리해야 합니다. 그 문제와 검찰권력을 정치활동으로 쓰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이고, 이 뒤의 문제가 훨씬 더 큰 문제입니다. 이건 민주주의 문제입니다.”

-관점이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민주주의나 검찰개혁의 우선성에 대해 큰 틀로 진보라고 하더라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세대 간 시각차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관점은 다를 수 있는데 잘못 보는 것이죠. 내로남불이라던지, 이런 것들에 대한 비판은 수용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문제와 국가권력을 잘못 쓰는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게 미우니까 저걸 박수친 거죠. 윤석열의 권력남용이 내로남불을 때려잡는 정의의 사도로 포장된 겁니다. 언론은 그걸 감시해야 하는데 같이 붙어서 정치행위를 하고 있으니 최재형도 ‘이거 뭐 괜찮은 거 같네?’ 그러면서 나서는 겁니다. 이걸 끊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래요.”

-일단 당 경선에 출마했으니 1차 컷오프 6명 안에는 들어야 하는데.

“1등부터 5등까지는 안정적이고, 현재 6등을 두고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해봐야겠죠.”

-독자나 국민에게 자신을 어필한다면요.

“정치인은 국민께서 선택한 결과로 만들어집니다. 이번 대선 경선과정에서 국민께서 그동안 민주당에 회초리를 치셨던 것이 누가 왜 치셨는지, 그리고 회초리를 친 이유가 뭔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그것을 해결할 사람이 누군지 정확히 봐주셨으면 합니다. 만약 이번 선택이 잘못된다면 앞으로 5년간은 불공정·불평등·빈부격차 문제는 또 해결하지 못합니다. 정치는 또 실패할 거고요.”

-다른 민주당 후보보다는 최문순이 그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주장하고 싶은 거군요.

“네. 시대정신이 빈부격차 해소라고 정확하게 규정하고 그걸 해결할 방법은 취직이다, 취직을 어떻게 시킬 것이냐 묻는다면 그 방법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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