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에 도전하는 '대선 잠룡들'의 필승 요건

장박원 2021. 6. 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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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이충우 기자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72] 내년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잠룡들의 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통령 선호도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지율과 상관없이 대권을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여권에서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용진 의원에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까지 출마를 선언했고, 야권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재형 감사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대선을 향한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당사자들은 모두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유력 주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통령 당선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선 과정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극적인 드라마가 펼쳐지려면 행운이 따라야 하지만 당사자의 노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목숨을 건 전력질주가 필요한 것이지요.

중국 역사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대표적인 사건이 있습니다. 기원전 563년 진나라 연합군이 제후국인 핍양을 정복할 때 일어난 일입니다. 핍양은 공자의 아버지인 숙량흘과도 인연이 깊은 지역입니다. 당시 숙량흘은 노나라 장수로 전쟁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연합군의 1군을 이룬 노나라와 조나라, 주나라가 공격하자 핍양의 대부인 운반은 거짓으로 성문을 열어 적군을 갈라 치는 작전을 구사합니다. 노나라 군대는 열려 있는 문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갑니다. 함정에 빠진 것이지요. 핍양은 안과 밖에 있는 적군을 갈라놓고 안에 들어온 장수와 병사들을 잡으려고 잽싸게 철문을 내립니다. 이때 숙량흘은 무기를 내던지고 엄청나게 무거운 철문을 맨손으로 지탱합니다. 그사이에 안에 갇혔던 노나라 군인들은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공자는 천하장사였던 숙량흘이 노인이 됐을 때 젊은 아내를 얻어 낳은 아들입니다.

이 사건 이후 핍양은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 지키기만 합니다. 그 이후 진나라 연합군은 핍양 성을 한 달 넘게 공격했지만 점령할 수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큰비가 내려 전투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진나라 젊은 장수인 순언과 사개는 총사령관 지행에 이렇게 제안합니다. "핍양은 성이 작아 쉽게 함락시킬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포위하고도 빼앗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갑자기 큰비가 내리고 있고 계절이 여름이라 홍수가 날 수 있습니다. 우리 군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은 주변에 강이 많아 홍수가 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강물이 범람하면 철수도 쉽지 않을 듯합니다. 잠시 귀환했다가 다음 날을 기다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말에 지행은 발끈 화를 내면서 옆에 있는 물건까지 집어던지며 젊은 장수들에게 욕을 퍼부었습니다. "어린 네놈들이 핍양을 쉽게 점령할 수 있다고 말해 내가 늙은 몸을 이끌고 참전한 것이다. 군주 앞에서는 호언장담해 놓고서는 이렇게 돌아가자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다. 올 때는 네놈들 마음대로 왔지만 갈 때는 네놈들 마음대로 갈 수 없다. 너희들에게 7일의 기한을 주겠다. 그 안에 반드시 핍양을 함락시켜라. 공을 이루지 못하면 군령에 따라 참수할 것이다."

모골이 송연해진 순언과 사개는 자신이 이끄는 부대로 돌아와 소속 부하 장수들에게 엄명을 내렸습니다. "총사령관께서 일주일 기한을 주었다. 엿새 안에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면 내가 먼저 너희들의 목을 벨 것이다. 그리고 나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다." 벼랑 끝에 몰린 젊은 장수들은 일반 사병들보다 먼저 성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쏟아지는 화살과 돌멩이를 뚫고 돌격했습니다. 수일간 계속된 공격으로 화살과 돌이 모두 고갈된 핍양은 결국 함락됐습니다. 한 달 넘게 공격해도 끄떡하지 않았던 핍양이 단 5일 만에 점령된 겁니다. 결과적으로 지앵이 불같이 화를 낸 것이 큰 공을 세우는 시발점이 됐습니다. 젊은 장수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지요.

진나라의 핍양 획득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사건입니다. 핍양은 중원에서 남쪽 오나라로 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할 지역입니다. 진나라와 오나라가 힘을 합쳐 초나라를 견제하는 데 꼭 필요했던 전략적 요충지였던 것이지요. 중원 제후국들의 핍양 점령 이후 초나라는 북쪽과 남쪽 두 곳에서 공격받는 상황에 처합니다. 막강한 군대와 풍요한 물자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초나라가 천하를 통일하지 못한 것은 핍양을 잃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핍양 전투는 우리가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건입니다. 누구보다도 대선에 도전하는 잠룡들이 참고해야 할 역사입니다. 시간이 없다고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죽기로 싸우자 단 5일 만에 핍양성은 함락됐습니다. 이 사실을 마음에 새긴다면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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