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출신 장부승 "文 타임 인터뷰 자랑? 진흙 맞고도 자부심 쩔어"

안준용 기자 2021. 6. 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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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조작으로 내용 분칠, 한계" 강력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타임(TIME)지 화상 인터뷰를 했다고 24일 청와대가 밝혔다. 사진 왼쪽은 타임지 표지, 오른쪽은 타임지 인터넷판 게재 사진. /타임지 홈페이지, 청와대

한국 외교관 출신인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대 교수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 인터뷰를 청와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과 관련, “사실상 고강도 비판 기사로,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고 국내 다른 정책들마저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내용”이라며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얼굴이 진흙투성이가 됐는데도 ‘미국에서 유명하다는 잡지가 던진 진흙이야’ 하면서 자부심에 쩔어야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2000~2015년 외교관 생활을 했고, 2014년 미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와 랜드연구소 연구원 등을 지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4일 공식 홈페이지와 SNS(소셜미디어)에 문 대통령이 등장한 타임 표지 사진을 공개하며 “2017년 5월 이후 약 4년 2개월 만의 타임 인터뷰로, 표지엔 ‘마지막 제안’(Final Offer)이란 제목이 붙었다”고 홍보했다.

이와 관련, 장 교수는 25일 밤 페이스북에서 “내가 서훈 국가안보실장이나 정의용 외교장관이었다면 정말 이 기사를 읽고 고개를 들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런데 이걸 또 자랑이랍시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떡 하니 올려놓고 문 대통령 지지하는 사람들은 또 타임지라는 유명한 미국 잡지에 문 대통령 얼굴이 올라왔다고 자긍심에 가득하다”고 했다.

또 “G7 정상회의에 가서 막상 정상회의 내용에 대해선 이렇다 할 기여도 못한 채 그저 G7들과 같이 사진 찍고 왔다고 좋아라 하던 분들이 떠오른다”고도 했다.

그는 “이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면서 “사진이, 상징이, 그 어떤 기호가 우리를 위대한 나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내용이 있고,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앞서 “이번 주 타임지 표지에 문 대통령이 표지 인물로 나왔다. 청와대에서 이 표지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자랑스러운가 보다. 그래서 한 번 내용을 읽어 봤다. 정말 놀랍다”며 주요 내용 일부 번역본을 공개했다.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대 교수. /조선DB

장 교수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타임 인터뷰 일부 번역본엔 “많은 북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문재인이 김정은을 그리도 강고히 옹호하는 것은 거의 망상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도대체 그렇게 해서 무슨 성과가 있었느냐 하는 점”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화해, 이제는 저물어 가는 자신의 정치적 유산에만 너무 골몰해 있다 보니 자기 자신을 권좌에 앉혀준 사람들로부터도 지지를 잃었다. 국내 지지율은 5월초 거의 35%까지 곤두박질 쳤다. 부동산 관련 부패 스캔들 때문”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문 대통령 재임기간 59만불에서 106만불로 늘어났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그의 재임기간 성희롱이 전염병처럼 번져나가 고위공직자들이 줄줄이 자살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데 초기엔 성공했지만, 한국은 이제 백신 접종에서 심하게 늘어지고 있다. 6월 중순 현재 완전히 면역력을 확보한 사람은 전 인구의 6%에 불과하다” “4월에 문 대통령의 민주당은 한국에서 가장 큰 두 개 도시의 시장 선거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했다”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장 교수는 이를 공개한 뒤 “여러분 어떤가. 이것이 칭찬인가, 비판인가”라며 “오랫동안 타임지를 읽어 왔지만, 독재자들에 대한 비판을 제외하고, 민주국가의 지도자, 게다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이자 동맹국 중 하나인 나라의 지도자 인터뷰 기사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매우 놀랍다”고 했다.

장 교수는 “이제 문재인 정부의 대북 협상은 완전히 실패했다. 이미지 조작으로 내용의 공허함을 분칠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더 이상 실패하지 않으려면, 성공을 위한 반전을 이뤄내려면 이제 실패를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바로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한 뒤 포옹하고 있다. /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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