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TV 광고 폐지 없는 KBS 수신료 인상 반대"

정철운 기자 2021. 6. 26. 16: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만 경영 개선 게을리한 채 상업광고·수신료 인상 둘 다 챙기겠다는 것"
KBS "2TV 광고 없애면 수신료 국민 부담 가중…인력 꾸준히 감축했다"반박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KBS이사회가 오는 30일 수신료 조정안 의결을 예고한 가운데 KBS가 2TV 광고 폐지 없이 수신료를 인상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KBS는 월 2500원(연 3만 원)인 수신료를 월 3840원(연 4만6080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동아일보는 '상업광고도 하면서 수신료 대폭 인상 추진하는 공영 KBS'란 제목의 25일자 사설에서 “KBS가 전기료에 묶어 사실상 준조세 형태로 걷는 수신료는 지난해 6790억 원에 달했다. 이번 인상안이 확정되면 연간 수입은 1조 원 이상으로 크게 늘어난다”면서 “KBS가 2TV 상업광고 폐지 얘기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수신료를 대폭 인상하겠다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1년 이래로 40년 넘게 동결 중인 수신료는 1994년 수신료를 전기료에 통합 징수하며 징수율이 크게 올라 인상 효과를 거뒀는데, 당시 KBS는 1TV 광고를 폐지했다. 동아일보의 주장은 이 같은 사례에 근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신문은 “(KBS가) 몇 차례 수신료 인상을 시도하면서도 '수신료를 인상해주면 방송의 질을 높이고 광고도 줄이겠다'고 말만 해놓고는 구체적 실행 의지를 담은 상업광고 폐지 로드맵은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6월25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지상파 방송을 아예 보지 않는 집들도 많다. 지난해 수신료를 환불받은 가구가 3만6273가구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면서 “상업광고가 아예 없는 일본 NHK도 수신료를 내리며 시청자들의 눈치를 살피는 실정이다. 억대 연봉자가 절반이나 되고 인건비가 연간 5200억 원이나 되는 상황에서 방만한 경영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게을리한 채 상업광고와 수신료 인상을 둘 다 챙기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KBS는 국민이 납득 할 구조조정과 연봉 대폭 삭감부터 하는 게 순서”라고 주장하며 “상업광고 폐지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시청자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KBS 이사회는 이런 선행절차 없이 수신료 인상안 의결을 서둘러선 안 될 것이다”라며 광고 폐지 없는 인상에 명확히 반대했다. 이 같은 동아일보의 논조는 채널A 대주주인 동아미디어그룹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읽을 필요가 있다. KBS 2TV 광고가 사라지면 2TV로 가던 광고 물량이 타 방송사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동아일보 사설이 나온 날 밤 KBS는 입장 자료를 내고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인력을 줄이고, 인건비를 억제하며, 비상경영 조치를 반복하면서 예산 긴축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KBS는 “1997년 6400명에 달하던 인력을 2020년 4550명으로 1800명 이상 감축했다. 채널의 증가, 방송시간의 확대, 디지털 방송 전환 등 서비스와 사업의 확장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인력을 줄여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5년간 KBS의 임금인상률은 연평균 약 1%다. 그중 2개년도는 노사합의로 임금을 동결하기도 했다. 이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금인상률보다 훨씬 낮고,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실질적으로는 임금이 감소한 효과”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번 수신료 조정안에도 지속적인 인력 감축과 직무 재설계 등으로 앞으로 5년간 약 2600억원의 인건비를 줄이는 계획을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KBS.

2TV 광고 폐지 주장에 대해선 “온전한 공영방송을 위해 영국 BBC나, 일본 NHK처럼 수신료를 중심재원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공적책무 확대사업을 수행하기에는 적잖은 재원이 요구되며, 이를 전액 수신료로 충당하기에는 국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불가피하게 2TV 광고 재원을 함께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2TV 광고를 폐지하면 현재 예고한 수신료에서 1500원가량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NHK의 수신료 인하와 관련해선 “KBS의 상황과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KBS는 “NHK는 2015년 약 800억엔이던 사내 유보금이 2019년 약 1280억엔(약 1조3500억원)까지 확보될 만큼 재정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또 수신료보다 약 1.8배 비싼 위성계약 비율의 꾸준한 증가(2020년 현재 전체 수신계약의 53%가 위성계약), 2019년 방송법 개정을 통한 NHK 방송의 온라인 동시전송 허가, 2015년부터 매년 연속 200억엔 대의 흑자 등이 뒷받침돼 수신료 인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는 “(우리의 경우) 현재 수신료로 전체 재원의 46%밖에 충당하지 못하는 가운데, 부족한 수신료를 메꿔오던 광고 수입은 2015년 약 5000억에서 2019년 약 2500억으로 4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KBS의 총수입은 10년 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해마다 초긴축 비상경영을 되풀이하면서 자산 매각 등으로 재정적자를 보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 국면에선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적 역할 유지 또는 확대를 위해 수신료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