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테마주 분산투자의 정석?

정용인 기자 2021. 6. 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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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6월 하순, 누리꾼의 화제를 모은 “윤석열, 이재명 테마주 같이하실 분” 모집 신문광고. (주) 세계자산운용코리아 측에 따르면 한국일보에 낸 광고다. /페이스북

[언더그라운드.넷] 조금 허탈했다. 이틀 동안 찾아 헤맨 저 광고를 낸 당사자가 전에 취재한, 전화번호가 휴대폰에 저장돼 있던 인사였다니.

‘분산투자의 정석’, ‘탁월한 포트폴리오 구성’, ‘롱숏 동시매수.’ 업계 전문용어로는 ‘델타 헤징’이라고 하는 듯하다.

한 일간지에 실린 광고가 누리꾼의 주목을 받은 것은 6월 하순. 광고 문구는 이랬다.

“윤석열·이재명 테마주 같이하실 분-청담역 8번 출구 ㈜세계자산운용코리아 010-5475-○○○○”

휴대폰 뒷자리가 지워진 ‘짤’ 형태로 SNS에서 공유되던 이미지였기 때문에 광고 당사자 수배가 쉽지 않았다. 저 회사의 이사라는 사람과 연결이 돼 통화했다. “광고를 낸 건 회장님”이라며 연락해보고 답을 주겠다고 했지만 함흥차사였다.

그러다 확보한 전체 휴대폰 번호. 전화하려고 입력하다 보니 이미 저장된 번호라는 것이다. 오잉? 언제 만났나.

취재기록을 보니 저 휴대번호를 쓰는 이 회사의 이상우 회장(60)과 만난 건 2017년 2월. 대선 직전이었다.

‘반기문 대통합’을 내세우던 여의도 앞 실체가 불분명한 대선캠프에서였다.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건 반기문 대선캠프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당시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던 반기문과 관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취재기록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사이드잡으로 “월 20% 이상 수입이 가능하다는 주식정보 동호회 모집” 활동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위 윤석열·이재명 테마주 모집 광고도 최소 4년의 업력(業歷)을 가진 활동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면 되겠다.

그리고 마침내 광고 당사자와 통화.

광고는 한국일보에 게재한 것이었다. 광고효과는 조금 있었을까.

“에이, 별로 없어요. 광고 보고 응모하는 사람이 있으면 연결 연결해 본인들이 사게끔 하는 거죠.”

그러니까 자신의 역할은 일종의 ‘거간꾼’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의 회사는 지난 2019년 창립했다.

“뭐 우리는 그냥 좀 투자받아… 괜찮은 데 있으면 투자해주고 하는 역할이죠.”

‘세계자산운용’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 자산을 굴리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답이 싱겁다. 어쩌다 이재명·윤석열 테마주로 분산포트폴리오를 만들 신박한 아이디어를 냈을까.

“이재명은 실은 저와 같은 일가예요. 윤석열은….”

그는 갑자기 ‘자신이 보낸 자료’를 받아봤냐고 되물었다.

6월 28일 열린다는 ‘한·미·중 우호동맹 국민大통합 윤석열 초청간담회’ 행사 초대장 /ⓒ 이상우


통화 직전 확인해보니 이 회장으로부터 최근까지 꾸준하게 문자메시지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중 6월 21일자로 보낸 초대장이 눈에 띄었다.

제목은 ‘한·미·중 우호동맹 국민大통합 윤석열 초청간담회’다. ‘어쨌든’ 초대장에 따르면 현역 국회의원 7명도 참여하는 행사다. 초대장 말미에는 이 행사 추진위원회 사무총장으로 그의 이름과 사진이 들어가 있다.

“정치는 특히 갈등이 많잖아요. 윤석열 그분은 마음이 복잡할 거예요. 한두시간마다 마음이 변할 겁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천장을 쳐다볼 겁니다.”

‘윤석열의 마음을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왜, 요즘 카카오톡을 봐도 이런저런 말이 많지 않습니까. X파일이라는 것도 나오고….”

그는 간담회 행사는 “윤석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총장이 그 자리에 참석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가 응원하니까 힘들어도 당차게 나서라는 취지”라며 “반드시 참석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뭐 그렇다고 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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