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몰입감 '보이스4', 자극적 장면에 가려진 문제의식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6. 2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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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시간순삭 스릴러'라는 말이 실감나는 드라마다.

tvN 금토드라마 <보이스4 : 심판의 시간> 은 비모도 모심숲에서 벌어진 장예숙(우미화) 실종사건을 해결해가는 골든타임팀 강권주(이하나)와 데릭조(송승헌)의 공조를 특유의 숨가쁜 전개로 다뤘다.

마치 공포 드라마를 연상케 하듯, 모심숲에 얽힌 괴담으로 시작한 이 이야기는 알고 보니 1인 크리에이터이자 사기꾼인 감탱(최재섭)이 장예숙에게 사망한 아들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거짓말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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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4', 이 시간순삭 스릴러에 남는 유일한 아쉬움

[엔터미디어=정덕현] 역시 '시간순삭 스릴러'라는 말이 실감나는 드라마다. tvN 금토드라마 <보이스4 : 심판의 시간>은 비모도 모심숲에서 벌어진 장예숙(우미화) 실종사건을 해결해가는 골든타임팀 강권주(이하나)와 데릭조(송승헌)의 공조를 특유의 숨가쁜 전개로 다뤘다.

마치 공포 드라마를 연상케 하듯, 모심숲에 얽힌 괴담으로 시작한 이 이야기는 알고 보니 1인 크리에이터이자 사기꾼인 감탱(최재섭)이 장예숙에게 사망한 아들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거짓말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었다. 사망한 아들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모심숲에 찾아온 장예숙이 야생 들개를 만나고, 그 개들을 조종하고 심지어 개처럼 물어뜯는 이른바 '들개남자'에게 납치 감금됐던 것.

<보이스4>는 이 시리즈 특유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방식으로 이 이야기를 다뤘다. 감금된 장예숙이 느끼는 공포감을 극대화하고, 그를 감금한 들개남자에게 혹여나 살해될 수 있다는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과 골든타임팀의 숨 막히는 추격을 병치해 보여주는 식이다.

시청자들은 피해자의 입장에 놓여 그 공포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고, 더 빨리 경찰들이 나타나 그를 구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쫓기는 피해자와 뒤쫓는 가해자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들. 그리고 여기에 '골든타임'이라는 긴박감이 더해진다. 이 구조는 <보이스4>가 지금껏 여타의 스릴러 드라마들과 비교해 강력한 몰입을 만들어내는 장치다.

게다가 이번 사건에는 들개남자가 자신을 동물이라 착각하는 이른바 '동물망상증'을 갖게 되는 과정 또한 담았다. 아버지의 학대로 인해 개 사료를 먹어가며 자라온 들개남자의 그 과정에는 아이가 개장에 갇히는 장면들까지 담겨졌다. 개를 때려죽이고, 아이가 개장에 갇히고, 개밥을 먹는 그런 장면들은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공포와 자극이 만들어내는 아쉬운 점 또한 적지 않다. 그건 애초 이런 사건을 가져왔을 때 거기 담겨지는 '사회적 메시지'가 바로 이 공포와 자극 때문에 오히려 가려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사망한 아들 때문에 모심숲에 들어오게 된 장예숙과 들개남자의 이야기가 끄집어내는 건 학교폭력과 아동학대 문제다. 장예숙의 아들은 걸레 빤 물까지 마시게 해 결국 자살한 학교폭력의 피해자이고, 들개남자는 어려서부터 지속적인 아동학대를 당하다 자신이 개라 착각하게 된 또 다른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다.

드라마가 숨 쉴 틈 없는 추격전으로 가득 채워지면서 바로 이 사건이 끄집어내려 한 학교폭력과 아동학대 문제는 그저 배경으로 처리된 느낌이 있다. 범인을 잡는 것만이 문제 해결일 수 없는 이 두 사안에 대한 보다 진지한 접근이 잘 보이지 않게 된 것. 그러다보니 학교폭력과 아동학대라는 문제는 이 자극과 공포로 가득 채워진 스릴러를 위한 일종의 명분처럼 처리된 면이 있다.

물론 <보이스4>는 늘 해왔던 그 '시간순삭' 구조의 스릴러가 중요한 장르적 틀이 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스릴러가 그저 끔찍한 사건들을 병치하고 이를 막는 과정만으로 채워질 때 '왜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변은 모호하게 보일 수 있다.

드라마 시작과 함께 타이틀로 보이는 장면에는 갖가지 신문 사회면을 채우고 있는 사건 기사들이 등장한다. 그건 이 스릴러 역시 그런 현실의 사건들에 대한 메시지를 의도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대목이다. 하지만 때론 공포와 자극에 경도되어 메시지가 배경에 머무는 일도 생길 수 있다는 걸 <보이스4>는 염두에 둬야 하지 않을까. 이 시간순삭 스릴러에 남는 아쉬움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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