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서부의 아가씨' 프리마돈나 "강한 여성이 돼야 했어요"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공연을 준비하며 미니와 공통점이 많다는 걸 느꼈는데 평소 제 성향과도 비슷해요. 성악가이자 딸을 둔 엄마 및 아내로서 모든 걸 스스로 해내야 했죠. 미니처럼 강한 여성이 돼야 했어요."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난 아르메니아 출신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49)은 국립오페라단 국내 초연작인 푸치니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의 여주인공 미니에 관한 생각을 이렇게 풀어냈다.
그는 "여자 형제 없이 자랐고 남자아이들과 많이 놀았기 때문에 남자들을 친근감 있게 대하는 편"이라면서도 "아르메니아는 남성 중심 사회라 여성들은 뒤에 있어야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1~4일 초연되는 '서부의 아가씨'는 19세기 중반 '골드러시' 시대 캘리포니아 탄광촌이 배경이다. 미국 서부 술집 운영자 미니와 도적 딕 존슨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미니를 연모하는 보안관 잭 랜스도 등장한다.
바바잔얀은 2018년 10월 독일 라이프치히 오페라하우스에서 처음 미니 역할을 했는데, 약 3년 만에 다시 미니가 된다.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의 토스카처럼 독립성이 강하고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역할이다.
'라보엠'과 '투란도트' 등 다수 푸치니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았던 그는 '푸치니 전문 성악가'란 평가를 받는다. 2003년 아르메니아 예레반국립극장에서 데뷔했고, 2009년 EMI 클래식에서 푸치니 아리아집을 발매했다. 현재 독일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처음 한국을 찾았다는 바바잔얀은 "원래 지난해 4월에 이 공연을 준비했는데 코로나19로 연기돼 슬펐다"고 말했다. 해외 무대에서 여러 한국 성악가들과 함께 일하며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생각도 전했다.
'미니'의 사랑을 쟁취하는 딕 존슨 역의 이탈리아 테너 마르코 베르티(59)는 해외에서 '서부의 아가씨'에 많이 출연했지만, 음악적으로 쉽지 않아 준비 기간이 긴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베르티는 "이 작품은 어려워서 지휘자들이 하기 싫어한다. 3명의 주역도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성악가를 찾기가 어렵다"며 "두 분과 함께해 기쁘다. 푸치니가 악보에 써놓은 부분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잭 랜스 역할의 바리톤 양준모(47)도 "바그너 작품도 어렵지만, 푸치니 작품은 특히 후기 낭만주의, 현대 음악에 가까운 박자 변화가 있다"며 "내가 틀리면 상대가 받아주지 못해 모든 사람의 합이 다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거칠고 폭력성이 있지만, 자존심이 세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모습으로 표현할 것"이라며 "주역은 극에서 죽지 않으면 끝까지 무대에 있는데 잭 랜스는 미니로부터 버림받았을 때 무대에서 나가는 것도 특징"이라고 전했다.
양준모는 "이번 무대만큼은 연기도 연기이지만 연기의 폭을 줄이고 음악적으로 디테일하게 할 것"이라며 "초연작에서의 연기와 노래가 다음 공연 때 (해당 배역) 사람에게 선례가 될 수 있어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바바잔얀도 "음악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작품이다. 리듬과 박자를 맞추고 오케스트라와 조화를 이루는 게 쉽지 않다"며 "실험적인 성격이 있어 관객들도 들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 사람은 '서부의 아가씨' 주제는 사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바바잔얀은 "당연히 사랑"이라고 말했고, 베르티는 "내 인생의 사랑"이라고 표현했다. 양준모는 "사랑이 우리 모두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가장 핵심 장면으로는 '카드놀이'를 꼽았다. 미니가 딕 존슨을 지키기 위해 잭 랜스와 카드놀이를 하는데, 미니가 속임수를 써서 가까스로 카드놀이에서 이긴다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바바잔얀은 "오페라 중에 카드놀이를 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장면이 흔치 않다"고 전했고, 베르티는 "내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양준모는 "관객들도 저와 같은 심장 박동으로 들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열리는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건 다 잊었어요. 여기 온 게 가치 있는 일이었어요."(바바잔얀) "희생을 감내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극장에 서 있는 게 중요하니까요."(베르티) "무대에 서야 하는 저희에겐 관객의 박수가 원동력이죠."(양준모)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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