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대만 의식?"..삼성전자 SK하이닉스 직원 '모더나' 맞는다 [위클리반도체]

이종혁 2021. 6. 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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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이달 하순 국내에 들어온 모더나 코로나 19 백신. [연합뉴스]
[MK위클리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왕국 대만은 반도체 업종 종사자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최우선 접종했다. 반도체는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산업이다. 대만 전체 인구(약 2300만명) 중 백신 접종률은 약 7% 수준(6월 23일 기준, 1차 이상 접종자 수)이지만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백신 지원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만 과학기술부는 이달 초순 수도 타이베이와 가까운 북부 신주과학단지, 타이중 인근 중부과학단지, 가오슝 남부과학단지 등 3개 과학단지 인력에 코로나 백신을 우선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대상 기업은 약 900곳, 접종 인원은 29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도 안됐던 대만은 올해 2분기 들어 매일 수백 명씩 확진자가 나오며 방역 비상이 걸린 상태다.

실제로 현지 반도체 검사 업체 징위안은 외국인 근로자 200여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최근에는 대만 최대 반도체 기업 TSMC 협력업체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24시간 365일 멈춤 없이 돌아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공장 가동을 1초만 멈춰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불량품 폐기와 설비 재가동 준비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전 세계 반도체 공급 대란이 심각한 와중에 코로나로 인한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가동 중단은 어떤 나라라도 피하고 싶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실제로 지난 2월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이 혹한으로 약 한 달간 강제 가동 중단하면서 삼성전자는 3000억~4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오스틴 공장은 3월 말께 재가동했지만 셧다운 이전 수준의 생산성을 회복한 건 지난 5월께로 알려졌다. 퀄컴의 통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구동 집적회로(DDI)를 만드는 이 공장의 가동 중단은 전 세계 스마트폰 공급 부족과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라이벌 대만의 이 같은 백신 접종으로 한국 정부 역시 고심 끝에 결단을 내놨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전자 기업과 자동차·배터리 등 국가 핵심 산업 종사자들이 다음달 27일부터 모더나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사진제공=삼성전자]
원래 일반 국민이 7월에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려면 나이가 50대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반도체와 가전, 정보기술(IT) 부품, 자동차처럼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 종사자들은 연령에 상관없이 다음달 말부터 코로나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들 사업장이 하루빨리 집단면역을 달성함으로써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가동 중단 등 핵심 산업군에 손실이 발생하는 사태를 막겠다는 정부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만의 파격적 백신 접종 계획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만이 반도체 산업 종사자 백신 우선 접종안을 내놓은 게 이달 8일이다. 이 직후 한국 정부는 9일께 주요 사업장 백신 자체 접종 계획을 세우고 서둘러 백신 신청 제안 공문을 기업들에 전달했다. 이와 관련 반도체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막대하지만 현재 대만을 비롯한 반도체 굴기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조그만 손실도 국가 경쟁력의 전반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정된 백신 자원을 반도체와 여타 핵심 산업에 우선 지원하는 건 나름 합리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계획 수립과 실무를 담당한 고용노동부와 질병관리청은 9일부터 각 지방고용노동청을 통해 전국 주요 기업들의 코로나 백신 수요 조사를 진행해왔다. 정부는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이 상주하는 부속의원을 갖춘 국내 주요 사업장을 백신 우선 접종 필수 조건으로 들었다. 또 백신 우선 접종 사업장은 24시간 조업하면서, 조업을 중단하면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업종이어야 한다. 정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국 대기업 25곳에 관련 공문을 전달하고 백신 신청 의사를 물었지만 이달 말 들어서는 다른 대기업도 참여를 검토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간 정부와 백신 접종을 논의해온 삼성전자는 25일 사내 공지를 통해 이르면 7월 27일부터 사업장 내 자체 백신 접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접종 대상자는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을 비롯해 구미·광주·기흥·화성·평택·천안 등 사내 부속의원이 있는 사업장의 만 18∼59세 임직원과 상주 협력사 직원이다. 정부는 모더나 백신과 주사기를 공급하고, 사업장 부속의원 소속 의료진이 접종을 실시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유사한 사업장 접종 계획을 확정했다. 아산1·아산2·기흥·천안 사업장에 근무하는 18∼59세 임직원과 상주 협력사 직원이 백신 접종 대상이다. 1차 백신 접종기간은 7월 27일∼8월 18일, 2차 접종기간은 8월 25일∼9월 17일이다. 삼성SDI와 삼성전기도 다음달 27일부터 접종을 실시하기로 했다.

현대제철 인천 공장. [사진제공=현대제철]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도 정부로부터 모더나 백신을 받아 사업장에서 접종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제철이 대상이다. 현대차 울산·아산·전주 공장과 남양연구소, 기아 화성·광명·광주 공장, 현대제철 인천·포항 사업장에서 각각 실시한다.

SK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에서는 아직까지 SK하이닉스 한 곳만 모더나 백신 접종 계획이 결정됐다고 한다. 배터리 사업과 정유화학이 주력인 SK이노베이션은 정부로부터 제안을 받지는 않았지만 백신 접종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아직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가 모더나 백신 접종을 다음달 시작하기로 했다. 국내 최대 철강 업체인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의 현장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접종 계획서를 방역당국에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최대 조선사인 한국조선해양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자체 백신 접종 계획을 방역당국에 신청한 상태다. 삼성중공업도 거제조선소의 자체 백신 접종 계획을 방역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발발 이후 국내 산업계는 완성차 업종을 중심으로 확진자 발생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셧다운) 사태를 수차례 겪었다.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는 중이다. 확진자 1명이 발생하면 확진 역학 조사를 하는 동안 공장 가동이 멈추고 직원은 자가격리된다. 공장이 멈추면 그만큼 기업의 손실일 뿐 아니라 국가 경제 손해로 직결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 백신의 핵심 산업 우선 접종에 대해 특혜라는 비판도 제기한다. 사내 부속의원을 갖추고 24시간 조업하는 사업장은 대부분 국내 주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일반 성인이 7월에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서는 50대 이상이어야 한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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