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갓팡'에서 불매운동 대상으로.. '로켓배송'의 암운

김무연 2021. 6. 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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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소셜 커머스로 시작한 쿠팡, 로켓배송으로 급성장
쿠팡이츠도 단건배달로 빠른 속도로 승부.. 점유율↑
소비자 편의 늘었으나 노동자 사망 등 문제 불거져
전문가 "소비자, 노사, 안전문제 소홀히 하는 기업 외면"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갓팡’이라 불리며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던 쿠팡에게서 소비자들의 이탈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연이은 악재에도 뒤늦은 대응과 해명으로 일관한 탓이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사진=연합뉴스)
최근 소비자들에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여부가 기업의 브랜드 가치나 호감도를 결정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쿠팡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로켓배송’ 등이 결국 대규모 인력과 물류센터를 효율적으로 윤영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사회가 원하는 ESG경영 기준에 부합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쿠팡 탈퇴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평소 물류센터 안전 관리가 미흡했고, 김범석 창업자가 책임을 회피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쿠팡이츠 입점 점주 사태가 쿠팡 불매 움직임에 불을 지폈다. 입점 점주가 소비자로부터 갑질을 당하는데도 보호하기는커녕 고객의 요구사항만 기계적으로 전달했다. 결국 고객의 폭언을 듣던 점주는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지난 3월 11일(미국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경영진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오프닝벨을 울리고 있다.(사진=쿠팡)
◇ 소셜 커머스 3강이던 쿠팡… 이커머스 공룡으로 부상

쿠팡은 2010년 설립해 위메프, 티몬 등과 소셜 커머스 3강을 시장을 알렸다. 설립 당시에는 업체 측에서 원하는 수의 소비자가 모이면 특정 물품을 하루 또는 짧은 기간동안 50% 할인하는 방식으로 파는 소셜 커머스 위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곧 전문적인 오픈마켓 플랫폼으로 발돋움 했다.

쿠팡이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리기 시작한 계기는 ‘로켓배송’이다. 쿠팡은 2014년부터 밤 12시 이전에 주문 하면 그 다음날에 배송해주는 빠른 물류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론칭했다. 온라인 쇼핑을 하면 빠르면 2~3일 늦으면 2주 가까이 배송을 기다리던 소비자들에게 주문 다음날 상품이 도착한다는 것은 획기적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 쿠팡의 매출액은 3485억원으로 전년(478억원)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쿠팡의 폭발적인 성장은 해외 투자자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2015년 6월 글로벌 투자업계의 큰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쿠팡에 10억 달러(약 1조원) 투자를 약속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로켓배송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 다음으로 큰 사업자로 성장한 쿠팡은 2019년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이 경합하던 배달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쿠팡이츠는 기존 배달 앱에서 시행하던 배달업자가 여러 상품을 한꺼번에 수거해 차례대로 배달하는 ‘묶음 배송’ 대신 한 건만 배달할 수 있게 한 ‘단건 배송’을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경쟁 배달 앱보다 빠르게 제품이 배송되는 쿠팡이츠로 몰려들었다.

이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쿠팡은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했다.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LLC는 지난 3월 1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에 성공하며 현지 언론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첫 날 공모가인 35달러에서 41% 오른 49.25달러에 장을 마감할 정도로 쿠팡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진보당 주최로 열린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의 현장 실태 폭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직원·점주 희생 밑바탕 된 소비자 편의성

쿠팡의 경쟁력은 속도와 편의성이었다. 쿠팡의 경우 로켓배송 서비스로 물건을 빠르게 전달했다. 소비자가 반품하고 싶은 경우에도 제품의 파손 및 변형은 물론 단순 변심도 무리 없이 진행됐다. 반품하려면 상담원과 하루 종일 기싸움해야 했던 기존 온라인 쇼핑업체보다 편의성이 월등했다. 쿠팡이츠 또한 빠른 배송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해 나갔다.

다만 소비자 편의에 집중하다보니 소속된 노동자나 입점한 점주들의 애로사항 대처가 소홀했단 지적이 나온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대폰 반입 금지에 화재경보기 수시 오작동했다”라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사실무근”이라며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지난해부터 과로사로 추정되는 노동자 사망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지난해 3월 12일 새벽, 경기도 안산에서 쿠팡맨이 새벽배송 업무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해 5월 27일 새벽에는 쿠팡 인천4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40대 계약직 근로자가 4층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쿠팡이츠의 운영 방식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이츠의 경우 소비자가 작성한 리뷰에 점주가 댓글을 달 수 없어 왜곡·허위 리뷰에 점주가 대응하기 어렵다. 악성 리뷰 삭제를 요청할 수 있지만 삭제까지 시간이 소모돼 사실상 점주가 악성 리뷰에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이번 입점 점주 사건을 계기로 쿠팡이츠 측은 대응책을 내놓았지만 뒷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과거처럼 소비자 후생만을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소비자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개인의 편의보다는 자신의 소비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판단해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은 속도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성공을 거뒀지만 이 과정에서 다수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라면서 “소비자들도 속도 경쟁이 커다란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을 깨닫고 자성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더욱이 소비자 후생을 목적으로 노사관계,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하는 기업 문화를 용인하면 자신도 직장에서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불매운동까지 전개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무연 (nosmo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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