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연기' 결정됐다면 정말 이재명에 불리했을까

송용환 기자 2021. 6. 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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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도지사 선거도 여론 업고 친문 전해철에 압승
이, 이전부터 "경선연기 내게 유리, 당 신뢰는 훼손" 자신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대선경선 일정을 원칙대로 진행 할 것'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2021.6.2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연기’ 논란과 관련해 최고위원회가 지난 25일 “연기는 불가하다”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경선 연기를 주장했던 비이재명계에서 “다수 의견을 무시한 결정이다. 향후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등이 승복하면서 관련 논란은 일단락 됐다.

이런 가운데 원칙을 내세우며 ‘경선 연기 불가’를 내세웠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고위 결정 이전부터 “경선 연기를 수용하면 그게 더 유리하다”며,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자신 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당내 주류인 친문세력과의 껄끄러운 관계로 인해 경선일정 연기 시 유리할 것이 없는 이 지사의 이 같은 자신감은 2018년 6월13일 치러진 도지사 선거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도지사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에는 성남·광명시장직을 각각 사퇴(2018년 3월15일자)한 이재명·양기대(현 국회의원) 후보, 현직을 유지한 전해철 국회의원(안산상록갑, 현 행정안전부 장관)이 나섰다.

당내 주류인 친문과의 관계가 소원했던 이 지사의 경우 여론조사를 통한 일반국민들의 지지도는 상당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3철’(양정철·전해철·이호철) 중 한 명인 전해철 의원을 이길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됐었다.

직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인재영입에 대해 “몰려드는 세력이나 인물이 지나치게 기득권자 중심이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하는 등 연일 공세에 나서면서 친문세력의 이른바 ‘적’이 됐다.

하지만 친문핵심 전해철 의원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도지사 경선은 이 지사의 압승으로 끝났다.

경선 결과는 경기지역 권리당원 투표 50%, 민주당 지지층·무당층으로 구성된 일반 도민 여론조사(안심번호 선거인단) 50%를 합산해 산출했는데 최종 득표율은 이 지사 59.96%, 전해철 의원 36.8%였다.

특히 이 지사는 당원 득표율이 전해철 의원에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애초 예상과 달리 친문이 압도적인 당원 투표에서 49.38%의 득표율을 기록, 46.86%에 그친 전해철 의원을 2.52%p차로 앞섰다.

이 지사는 일반 도민 여론조사에서도 65.82%를 얻어 31.7%를 득표한 전해철 의원을 30%p 이상 격차로 제치며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도지사 선거 당시가 친문세력의 위세가 절정에 달했던 시절이고, 트위터 상에서 전해철 의원을 비방한 ‘혜경궁 김씨’ 계정의 주인공이 이 지사 부인 김혜경씨 아니냐는 의혹으로 코너에 몰렸음에도 이 같은 압승을 거두면서 “당심과 민심은 같을 것”이라는 이 지사의 예측이자 바람이 들어맞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경선을 연기함으로써 지지 세력이 결집하는 시간을 벌고, 이를 통해 대선 본선에 나서겠다는 것이 이낙연·정세균 등 다른 주자들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지난 도지사 선거에서 보듯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라는 여론을 등에 업고 있는 이 지사를 단순히 시간벌기를 통해 따라잡기는 쉬운 상황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이 지사가 우려한 것은 정작 경선이 아닌 본선이다.

경선 연기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계파 간 진흙탕 싸움이 결국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으로 이어질 경우 야권에 정권을 내주는 빌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이 지사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회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갈등 국면에서 통 크게 받아주면 대범하다거나 포용력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개인적으로 유익하다는 점을 모를 만큼 하수는 아니다”며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우리 당의 신뢰가 훼손되고 소탐대실의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선연기를 주장했던 다른 대선주자들이 최고위 결정에 승복함에 따라 국민들이 더 이상 분열된 모습을 보지 않게 된 점은 이 지사나 민주당 모두에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사가 경선연기 불가에 대한 비이재명계의 반발이 심했다는 점을 감안한 듯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는 28~30일 출마 선언 시기를 조율 중이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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