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00도] "시곗줄이 줄었다"..김정은으로 본 북한의 '몸무게'

김서연 기자 2021. 6. 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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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북한 100℃]는 대중문화·스포츠·과학·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접점을 찾는 코너입니다. 뉴스1 북한팀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관점을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이달 초 정치국 회의를 진행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직전 보도된 공개 활동 사진과 비교해 살이 빠진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출처=조선중앙TV 영상) © 뉴스1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뺐나 빠졌나." 이달 초 약 한 달 만에 잠적을 깨고 공개활동을 재개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예상치 못한 면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전과 비교해 부쩍 몸집이 줄어들면서다.

북한과 관련한 다양한 사안이 얽혀 있었지만 관심은 무엇보다 그의 몸에 집중됐다. 김 총비서의 등장 며칠 뒤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사진 속 시곗줄의 길이 변화를 근거로 그의 체중이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고, 국내 포털에서는 이와 관련한 검색량이 치솟았다.

◇ 늘고 또 늘고…김정은, 140㎏ 거구가 되기까지

김 총비서가 집권하면서 갈수록 살이 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관련해 건강 이상설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한반도 정세에 직접 영향을 끼칠 그의 몸 상태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작년 11월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김 총비서 몸무게가 2012년 8월경 90㎏에서 2020년 11월 140㎏대로 매년 평균 6~7㎏씩 늘었다고 보고했다. 그의 키는 170㎝ 내외로 추정된다.

지난 2012년 촬영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출처=우리민족끼리 갈무리) © 뉴스1

급격한 체중 증가에 북한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일부러 살을 찌웠다고 분석한다. 젊은 나이에 취임한 만큼 '어린 느낌'을 벗고 최고지도자의 이미지를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집권 초기 김일성 주석과 닮은 외관을 활용해 자신의 권력 정통성을 확보하려고 했다. '할아버지처럼'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감색 인민복을 입는 모습도 연출했다. 행동 방식을 따라함으로써 자신의 부족한 경험을 김 주석의 이미지로 채우려는 시도로 여겨졌다.

일각에서는 김 총비서가 대대적인 숙청을 벌였던 '공포 정치' 시기에 특히 몸무게가 증가했다면서 스트레스성 폭식과 폭음을 비만 원인으로 제시한다. 스위스 유학 시절 즐긴 에멘탈 치즈를 과도하게 먹었다는 설명도 전해진다. 그러나 폭식을 했다 해도, 몸집을 키우기 시작한 가장 처음에는 김 주석의 '풍채'를 따라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2020년 11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북한도 다이어트가 있다…'비만증' 치료해 몸무게 '정상 회복'

최고지도자를 투영한 시선 덕분일까. 북한에서 살에 대한 시선은 한국과 비교하면 관대한 편이라고 한다. 대개 '위'로 올라갈수록 풍족하고 살이 찌기 쉬운만큼 '간부형 몸'인 비만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비만이 질병이란 사실을 깨닫기 전, 뚱뚱한 몸은 부유함으로 야윈 몸은 가난함으로 여겼던 우리의 예전 모습과 닮아 있다.

근래에는 북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바깥과의 교류가 제한적이긴 해도 과거보다는 외부 유입이 늘어나면서 몸에 대한 시각 또한 변했다는 설명이다. 탈북민 출신 방송인들은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기구가 유행하는 등 북한 주민들도 몸매를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한 웹사이트에도 '비만증'과 관련한 내용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선전매체 메아리는 작년 김책공업종학대학병원 의료진이 "고려의학과 신의학을 배합한 과학적인 치료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그 중 하나가 "새로운 단순성비만증 치료 방법"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병의 기전을 파고 고려치료 방법을 탐구한 새로운 방식이라고 자랑했지만 운동, 침치료, 약물 등 흔한 방법이다. 그래도 "치료를 받고난 환자들은 짧은 기간에 몸무게가 정상으로 회복되고 재발되는 현상도 없어졌으며 당뇨병과 고혈압, 숨차기 증상까지 겹쳐 심하게 고통받던 환자들도 몸상태가 현저히 개선됐다"는 것이 매체의 설명이다.

비만증은 평양에서 떨어진 위치에 있는 한 약수치료기지를 소개한 기사에서도 언급됐다. 해당 기사엔 "인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이 치료기지의 약수에는 사람의 건강과 장수에 유익한 주요 이온성분이 많아 비만증을 포함한 여러 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적혔다.

2019년 5월 열린 북한의 제22차 평양봄철국제상품전람회 야외 매대. (메아리 갈무리) © 뉴스1

◇ 북한판 제로콜라 '보리수'…비만 치료엔 '황금비만알약' 등 소개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이 찾는 '제로 칼로리' 음료, 북한에도 있다. 지난 2019년 5월 열린 22차 평양봄철국제상품전람회에서 외국인들한테서 "코카콜라와 당당히 견줄 수 있는 음료"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북한이 주장하는 무첨가·무방부제 천연기능성음료 '보리수'다.

메아리에 따르면 보리수는 "천연식물과 무공해작물에서 정성껏 추출한 기능성 물질들을 선진기술로 가공해 만든 건강음료"로 노화 방지, 피로회복, 피 순환 개선, 소화 촉진 등 건강을 담보하고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놀라운 치료 효과'를 지니고 있다.

"구수하면서도 상쾌하고 시원한 맛"을 내며 Δ무당음료 Δ중노년용 Δ청소년용 Δ대중용 총 4종이 개발됐다. 제로콜라에 해당하는 '무당음료'는 "당뇨병의 예방과 치료, 간기능 개선에 효과가 큰 크실리톨(자일리톨)을 첨가한 기능성 음료로, 마시면 단맛은 있어도 혈당값은 오르지 않는다"라고 한다.

북한 비만증 치료 관련. (자료사진) © 뉴스1

비만 치료 목적의 고려약(한국의 한약·생약제제)도 있다. 북한 고려의학연구원은 이곳에서 개발된 '황금비만알약'은 식이요법 없이도 "비만증 환자들의 몸 전반적인 지방량을 줄이면서도 인체에 강기가 생기게 하는 이상적인 약"이라고 설명한다. 부작용도 없다는 주장이다.

대외선전매체 내나라는 "황금비만알약과 (몸까기에 도움을 주는) 전기침 결합으로 비만증 환자들을 치료한 데 의하면 치료 유효율은 96% 이상"이라면서 '비만으로 마음 고생을 많이 하다가 치료를 받아 20여일만에 89.4㎏에서 83㎏로 체중이 줄었다'라는 평양 거주 20대 여성의 사례를 전했다.

이 외에도 북한은 비만증에 사용하는 천연기능성식품·제품으로 '삼바리영양알', '주염차', '양춘삼록교갑', '목띠' 등을 소개한다. 생소한 '목띠'는 앞목과 갑상선을 자극해 감량을 촉진하는 원리라고 한다.

◇ 북한 주민은 일단 영양부터…남북 공통? "아이는 잘 먹고 잘 크게"

다만 이러한 북한의 다이어트는 생활에 여유가 있는 부유층한테 한정된 얘기다. 무엇보다 경제 발전을 위해 낮밤 없이 일하라는 요구를 받는 평범한 노동계급 중에는 애초에 살이 찐 경우도 별로 없다고 탈북민들은 설명한다. '간부형 몸'이라는 표현답게 비만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이들한테나 가능하단 소리다.

그래서인지 북한은 영양 보충에 공을 들인다. '인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원가를 절감하면서 영양을 넣는 기술 혁신이 더 중요하다. 살이 찌기 쉬운 빵이나 과자, 국수 같은 '영양학적인' 식료품 개발에 힘쓴다. 영양소 보충과 성장발육촉진에 좋은 '체력활성영양알' 등 기능성 건강식품도 다양하다.

선전매체에는 어떤 도시 노인들은 세계 각지의 음식물을 많이 먹은 덕분에 영양결핍 현상이 극히 적게 나타났다는 조사자료가 있다면서 "특히 노인들은 자기 고장과 멀리 떨어진 타고장의 음식물도 자주 먹으라"는 조언이 올라와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어린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어린아이는 잘 먹고 잘 자라야 한다며 아이의 성장을 중시하는 것은 남북한 공통으로 보인다. 평양에 있는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는 여러 연구사업을 진행해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과 치료에 효과적인 각종 가루나 알약, 보충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북한 웹사이트엔 어린이 및 학생들의 키크기와 몸무게 증가를 위한 '키크기활성모자'가 소개돼 있다. 모자에서 방출되는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성장발육에 도움을 준다는 제품이다.

이 외에도 선전매체들은 '보충식사를 주는 보충영양법', '어린이의 몸무게는 영양상태를 반영하는 기본지표이다' 등 아이의 성장을 중시하는 연재 기사를 내기도 한다. 평양산원에서 퇴원하는 세쌍둥이 소식을 전할 때 출생과 퇴원시 몸무게를 언급하는 점도 북한이 어린이의 영양 상태를 중시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 4월 북한 보건성 의학연구원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 소장은 외신이 "우리 어린이들의 건강실태를 심히 왜곡하고 있다"라고 반발하는 담화를 냈다. 외부에서 북한의 어린이 영양 사정이 좋지 않다는 시선을 보낸 데 반박한 것인데, 그는 "비록 국가사정이 어렵고 모든 것이 부족한 조건에서도 어린이들의 건강 관리를 최우선 중대사로 내세우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 일대. 2021.6.1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한국에 온 탈북민들…북한 주민들이 다이어트 하는 날이 올까

북한이 영양을 중시한다고 해도 주민들의 평균 신체는 여전히 왜소한 편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이탈 청소년들의 신체계측치를 통해 간접 추정한 북한 청소년의 평균 키는 한국보다 10㎝가량 작다고 한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과거 연구는 이들은 북한 내 식량 수급이 어려워지기 전부터 한국과 신체계측치에서 차이를 보였고, 1980~1990년대 자연재해 등을 겪으면서는 더 왜소해지고 만성적 영양결핍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일부를 전체로 일반화할 순 없지만 북한에 사는 사람들도 크게 다르진 않으리라 추정된다.

최근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식량난'을 언급하고 먹는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점 또한 북한 내 어려운 식량 사정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다이어트 자체가 사치인 셈이다. 이런 환경 영향인지 많은 탈북민들은 오히려 북한에선 통통한 쪽이 미의 기준에 더 가까웠다고도 말한다.

과연 북한에도 식량난이 사라지고 오히려 주민들의 비만율을 우려해야 하는 날이 올까. 음식을 가리고 운동하며 체중 조절에 노력하는 '평범한 노동계급' 북한 주민의 모습은 아직 생소하게 다가온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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