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① "우리 과 없어지면 어쩌죠"..불안에 떠는 대학생들

김혜주 2021. 6. 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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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 신입생 미달 인원은 4만 5천여 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규모 미충원 사태가 현실화 되면서 대학들은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정원 축소와 학과 구조조정이 잇따르면서 학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 '한국음악과' 사라지는 동국대 경주캠퍼스…학생들 "지푸라기라도"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한국음악과 학생들은 방학 전까지 매주 주말마다 경북 경주의 관광지 교촌마을에서 공연에 나섰다. 학교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자, "학과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학생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올해 초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는 한국음악과, 신소재화학전공, 의생명공학전공, 빅데이터·응용통계학전공의 신입생 모집을 중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폐과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대신 보건의료정보학과, 뷰티메디컬학과, 스포츠의학전공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밖에 기존 학과도 일부 새로 개편했다.

학생들은 "개강을 앞두고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신입생 모집 중단을 통보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신입생 모집을 중지한 학과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음악과 학생들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영산재'를 배울 수 있는 전국 유일한 학과인 한국음악과가 왜 폐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민원을 학교 측에 제기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해당 학과는 역량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고, 폐과에 앞서 공청회 등 충분한 소통을 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음악과 박혜빈 학생은 KBS와 만나 "폐과가 아닌 '모집 중지'이기 때문에, 지푸라기일지라도 되든 안 되든, 끝까지 할 수 있을 때까지 (폐과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폐교 위기에 '특성화'하겠다지만…"군대 미루고 졸업부터"

학과가 없어지는 걸 넘어서, '학교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현실로 다가왔다.

경남 진주시 한국국제대는 2년 연속 재정지원중단대학으로 선정돼, 학자금 대출이 제한됐다. 신입생 충원이 어려워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선 폐교 이야기도 나온다.


특수체육교육과 4학년 이창규 씨는 KBS와 만나 "2016년 입학했을 때 학생도 많고 활발한 분위기였는데, 군대에 갔다 와서 복학하고 나서는 학교가 삭막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 씨의 친구는 학자금 대출을 받지 못해 신용대출을 받아 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생존 기로에 선 한국국제대는 '체육 특성화'라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종합대학을 포기하고 공대와 사회과학대학 등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학과를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체육 특성화 커리큘럼으로 학과를 구조조정해 대학교육협의회의 승인을 받았고, 교육부에 '경남체육대학'으로 교명 변경을 신청해둔 상태다.

구성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 씨는 "체육 특성화로 바뀜으로써 저희 졸업에 문제가 있을까 봐 걱정이 많이 된다"며 "그래서 저희 4학년들은 '빨리 졸업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군대를 미루고 계속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 정부 '정원 감축' 카드…현장에선 "지역 특성 고려해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를 기점으로 대학 입학연령인 만 18세 인구가 대학 전체 입학 정원보다 적어진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모두 대학에 진학한다고 가정해도, 내년에는 대학 입학 정원이 미달 되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로 모든 고등학교 3학년이 다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아니므로 대학 신입생 미충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비수도권 대학들이다. 수도권 대학 집중화 현상과 학령인구 감소가 맞물려, 올해 대학 미충원 인원의 75%가 비수도권 대학에서 발생했다. 한국국제대와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사례는 이미 익숙한 대학가의 풍경이 됐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달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내년 3월까지 전국 대학이 정원을 자율적으로 줄이는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충원율 등에 따라 2023학년도부터 정원을 줄이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재정이 부실한 한계 대학은 3단계 시정 조치를 거쳐 폐교 조치하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정원 감축이 이뤄진다면 각 대학이 처해있는 환경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대학이 정원을 감축하는 만큼,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박정원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지역의 산업구조나 발전 전략, 인구 수 등을 고려해 지역별 정원을 어느 정도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다."라면서 "대학이 경영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 정부가 지원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혜주 기자 (kh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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