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역사 끝에 '의경 폐지'..마지막 시험 "떨어지면 끝이다"
"시험기간에도 운동할 정도로 열심히 했는데 꼭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학생 임재영씨(23)는 지난 25일 서울경찰청 제 378차 의무경찰(의경) 모집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를 찾았다. 임씨는 적성검사와 체력검정으로 구성된 2단계 시험을 모두 통과했다. 임씨는 "이번이 마지막 의경 모집이라고 들었다"며 "4번째 도전인데 꼭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경찰이 부조리를 막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에 돌입하면서 선호도가 바뀌었다. 도심 지역에서 복무하고 주 2회 휴무 등의 복무조건이 알려지면서 2만명 수준이던 지원자는 2012년 6만여명, 2013년 10만여명 등 크게 늘었다. 역대 최다 지원인원을 기록한 2016년에는 27만명(경쟁률 18대 1)이 의경에 지원할 정도가 됐다.
시험장에 모인 지원자들도 실제 고시를 방불케 하는 열기를 보였다. 시험 직전 기도를 하거나 눈을 감고 집중하는 응시생도 눈에 띄었다. 적성검사를 통과해야 2단계인 체력검정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한 듯 감독관에게 문제 유형을 묻는 응시생도 나왔다. 이번 모집 시험은 서울 지역에서 130여명을 선발하는 시험에 3893명이 지원하면서 3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시험은 2개 층에서 각각 30여명이 적성검사와 체력검정을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전에 시험을 치른 응시생 60여명을 더하면 25일 총 응시자 수는 120여명이다. 응시생들은 기동본부 입구에 주차된 경찰버스에서 문진표를 제출하고 온도를 측정한 뒤 시험장에서 2차 측정을 한다. 700㎡넓이의 시험장엔 좌석마다 2~3m의 거리를 둔 채 지원자들이 나눠 앉았다.
적성검사 후 10여분 정도가 지나면 검사 결과가 나온다. 적성검사 결과는 0~ 6등급으로 분류되며 0~2등급을 받으면 합격이다. 이날 시험장에서는 적성검사에서 2명이 탈락해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합격자는 같은 시험장 내에서 윗몸일으키기·팔굽혀펴기·제자리멀리뛰기로 구성된 체력검정에 응시할 수 있다.
체력검정에서 합격하면 선발 인원인 130명(일반의경 106명·특기의경 24명)에 포함되기 위해 추첨을 기다려야 한다. 이날 합격자들은 합격했다는 기쁨보다는 추첨에서 선발되어야 한다는 긴장감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적성검사·체력검정 응시자 중 탈락하는 사람은 10% 안팎이기 때문에 선발은 사실상 추첨에서 결정된다.
가장 먼저 합격해 시험장을 나선 고인상씨(19)는 "평소 운동을 좋아해 체력검정이 걱정되지는 않았다"면서도 "꼭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 조금 긴장했다"고 했다.첫 도전에서 적성검사와 체력검정에 모두 합격한 조승연씨(19)는 "검정 과목 위주로 매일 100개씩 연습했다"며 "합격하면 제일 먼저 가족에게 알리고 싶다"고 웃었다.
경찰은 이번 의경 시험을 끝으로 경찰 인원이 줄어드는 만큼 치안 공백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인력 확충에 나선다. 경찰 관계자는 "의무경찰 폐지 후 경찰관기동대를 신설하고 청사방호인력을 확충할 예정"이라며 "의경들이 담당하던 치안 보조 업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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