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신념' 예비군 불참 이어 입대 거부도 무죄..논란 불가피

장용석 기자 2021. 6.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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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병역 면탈 기회 넓어진다" 우려.."큰 영향 없다" 반론도
병역판정검사. 2021.2.17/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비종교적 이유에 따른 현역병 입대 거부자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군 안팎으로부터 이런저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병역 대상자 수가 줄어든 탓에 예전 같으면 현역병 입영 대상이 아니었던 인원까지도 현역으로 복무 중인 상황에서 오히려 "병역의무를 합법적으로 피할 수 있는 길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지난 24일 성소수자로서 '평화적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 2017년 11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우리 법원은 앞서 2018년 11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종교적 이유, 즉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병역을 거부한 경우에만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온 상황. 그러나 이번 판결을 통해 그 인정 범위가 한층 더 확대된 것이다.

사실 A씨에 대한 이번 판결은 어느 정도 예상돼온 측면이 있었다. 앞서도 법원에선 A씨의 경우와 유사한 선고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올 2월 "폭력과 살인을 거부하는 신념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예비군훈련에 불참, 예비군법 및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2018.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예비군 훈련도 병역의 일부란 점에서 당시에도 "비종교적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게 가능하다면, 현역 입영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그리고 이 같은 지적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현실화됐다.

군 당국은 이 같은 일련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것 외엔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병역거부를 인정받는 신념과 그렇지 않은 신념을 구분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등의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한 예비역 인사는 "법원의 결정엔 나름 합당한 근거가 있겠지만, 일반인 관점에서 결과만 봤을 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비폭력 평화주의자여서 군복무를 거부하는 걸 인정한다'고 해버리면 지금 복무 중이거나 이미 복무를 마친 사람들은 '폭력주의자'란 얘기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또한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 인정 때도 논란이 됐었는데 비종교적 신념까지 인정해버리면 대체 누구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물론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보다 이행하는 사람 수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관련 법원 판결이 실제 군 병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국방부 <자료사진> © News1 양동욱 기자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역 편입 여부를 심사하는 병무청 대체역 심사위원회 자료를 보더라도 작년 6월 위원회 설치 이후 올 4월 말 현재까지 대체역 편입이 결정된 인원 1208명 가운데 절대 다수(1204명)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 등 종교적 사유와 관련된 경우였다.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대체역 편입이 결정된 인원은 4명에 불과했다.

종교나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군 입대나 예비군훈련을 거부하려는 사람이 대체역 심사위에서 대체역 편입 결정을 받으면 교도소·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대신 복무·근무하게 된다.

반면 병무청은 작년까지만 해도 고등학교 중퇴 이하 학력자는 병역판정검사에서 신체등급 1~3급을 받더라도 보충역 처분 대상으로 분류했지만, 올해부턴 현역 입영 대상자에 포함시키고 있다. 전신 문신자도 마찬가지다.

이런 변화는 병역자원 감소에 따른 것으로서 실제 2011년 기준으로 136만명명에 이르렀던 징·소집 대상자 수는 2019년 101만명 수준까지 줄었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병역 관련 판결이나 결정이 나올 때마도 논란이 되는 건 우리 국방력의 근간인 징병제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제에 병역제 개편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군 당국은 "안보상황" 등을 이유로 모병제 도입 등 병역제도 개편은 '시기상조'란 입장을 취하고 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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