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칼럼] 박성민 인사 논란이 민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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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을 발탁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선이 대한민국 공정 시비 논란에 불을 붙였다.
1급 청와대 공무원 자리에 불공정하게 앉힌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이철희 정무수석은 "그 자리(청년비서관)는 정무직이기 때문에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짧게 하면 한 달, 아무리 길게 해봤자 문재인 대통령 임기 때까지밖에 안 하는 거라 길어도 1년이 채 안 되니 그런 점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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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을 발탁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선이 대한민국 공정 시비 논란에 불을 붙였다. 25세 청년 대학생을 발탁한 쪽에선 검증된 인사라 하는데, 어째 이를 보는 많은 이들의 시선은 불편한 것 같다.
무엇이 이들을 거북하게 만들었을까? 남자도 힘든 자리를 여자가 꿰찼다거나, 고시를 패스하고 30년 공직에 있어도 닿기 어려운 자리를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새파란’ 대학생이 거머쥔 ‘벼락 출세’에 배가 아파 시샘할 이들도 꽤 있을 테다.
고시는 고사하고 9급 공무원이라도 해보겠다는 공시생이 50만명을 육박하고 취업난에 아예 구직을 단념한 2030이 74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를 보면 그런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 성별과 나이가 이번 인사 논란의 본질은 아니다. 어린 여대생의 벼락 출세를 트집 잡으려는 것이 아니란 점을 미리 밝힌다.
청년을 대표하는 정치 자격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1년도 채 안 되는 당내 활동이 고작인 경험만으로 2030이 겪고 있는 복잡다단한 청년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카드를 꺼낸 대통령의 인선 안목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가로젓는 것이다.
대학 편입 외엔 정당 밖을 떠나서는 딱히 어떤 도전이나 그 흔한 취업준비와 내로라할 경험도 없는 벼락 출세 고위공직자가 나이가 엇비슷하다는 것만으로 어떻게 오만가지 이유로 일상에서 늘 엎어지고 깨지는 청년세대의 마음을 읽고 소통할 수 있을까.
청와대는 박성민 청년비서관이 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지내며 현안에 대해 소신 있게 의견을 제기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균형감을 보여줬다고 했지만, 그가 당내 청년대변인과 최고위원을 거치는 과정에서 어떤 역량을 보여주고 인정 받았는지는 그의 몇 마디 단평을 빼곤 제대로 파악할 길이 없다.
지난해 민주당 최고위원 지명 당시에도 파격 인사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가 내놓은 정년 정책 메시지는 없었다. 젠더 갈등과 청년세대의 불만과 분노가 민심으로 드러난 4월 재보선에서도 그가 청년대변인이었고 최고위원이었던 민주당이 참패했는데 대체 그가 무슨 역량을 보여줬다는 것인지….
‘0선’의 30대 젊은 당 대표를 선출하며 야당이 이미지를 쇄신하자 세대교체 위기감을 느낀 청와대와 여당이 보여주기식 마케팅 전략으로 박성민 비서관을 앉혔다는 일각의 분석은 상상조차 거북하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 불편한 생각이 어떤 면에선 전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란 거다. 박 비서관의 직속 상관인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한 라디오 채널을 통해 박성민 인사 논란에 대해 해명한 것을 들어 보면 뒷맛이 그리 개운치가 않다.
1급 청와대 공무원 자리에 불공정하게 앉힌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이철희 정무수석은 “그 자리(청년비서관)는 정무직이기 때문에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짧게 하면 한 달, 아무리 길게 해봤자 문재인 대통령 임기 때까지밖에 안 하는 거라 길어도 1년이 채 안 되니 그런 점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무슨 뜻인가. 임기가 따로 없는 정무직이면 공정∙불공정을 떠나 임명권자가 마음대로 세울 수 있는 건가? 남은 대통령 임기 몇 달간 젊은 정부, 젊은 여당으로 비춰줄 ‘얼굴 마담’이니 그때까지 좀 봐달란 뜻인가?
청년비서관, 그 자리는 이 시대의 고단한 짐을 짊어 진 청년을 대변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짚어내고 판단하며 정책적 조언을 하는 신중한 자리다. 그래서 성별과 나이가 아닌 전문성과 능력으로 검증된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20대를 발탁했다고 해서 청년세대의 분노가 누그러지고, 20대를 청와대 고위직에 앉혀두는 것으로 청년 정치를 제대로 한다고 생각한다면 익숙한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이해하지만 착각은 그 정도 하시지요. 민망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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