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떠넘기는 북미 변수와 전망

2021. 6. 26.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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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대화에도 또 대결에도 모두 준비해야한다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과 함께 한반도 정세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미국은 즉각 조건없는 대화를 강조하며 화답했지만 김여정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은 잇따라 담화를 내면서 대화와 접촉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의 반응은 과연 거절일까요, 아니면 밀당일까요?

북한과 미국이 서로 공을 떠넘기는 듯한 상황 속에서 북한의 속내를 오상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노동당 3차 전원회의 관련 보도/6월 18일] "(김정은 위원장은)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조선반도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히시었습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를 언급하자 미국도 즉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이크 설리번/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ABC방송 인터뷰)] "그(김정은)의 발언을 흥미로운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그들이 우리와 보다 직접적인 소통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입니다."

때마침 한국을 방문한 성 김 미국 대북 특별대표는 '조건없는 북-미대화'와 함께 남북대화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밝혔습니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6월 21일] "우리는 여전히 북한으로부터 만남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랍니다."

한미 양국은 한미 워킹그룹을 종료하고 재정비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주로 남북 교류사업이 대북제재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다루면서 북한이 '친미사대의 올가미'라고 반발하던 협의체입니다.

또 코로나19 백신 등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에 대해서도 미국은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 '흥미롭다'던 미국을 향해 "잘못 가진 기대는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고, 리선권 외무상도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어떤 접촉과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대외관계를 총괄하는 북한의 두 책임자가 연이틀, 미국과의 대화와 접촉 가능성을 일축한겁니다.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을 거쳐 공들여 마련한 대북 제의를 거절한 이유는 "적대시정책 철회"라는 북한의 요구가 명백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이 듣고 싶은 건 어떤 대화를 할 수 있느냐를 얘기하는 거예요. (한미)군사훈련, 전략자산 전개, 기존에 대북제재 시행 얘기하는 걸 갖다가 자신들이 계속 요구해 왔던 대화 주제를 사실 어떻게 의제화 시키는지에 대한 얘기를 직접적으로 해 달라는 거거든요."

실제로 미국은 지난 21일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1년 더 연장하는 등 현재로서는 대북제재 해제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성김/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 회원국, 특히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이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할 것입니다."

한미 양국의 대화제의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힌 북한은 중국과의 혈맹관계를 부각하면서 밀착행보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북중 양국이 이례적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과거 교차방문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행사를 열고 양국의 당 기관지에 대사들의 기고문까지 실었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 재개에 앞서서 후방을 다질 필요가 있고요. 중국을 통해서, 또 북한이 필요한 도움을 중국이 줄 수 있죠. 또 중국 입장에서는 대중국 견제 네트워크를 미국이 강화하는 상황에서 동아시아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면 어느 정도 미국의 공세를 상쇄시킬 수 있는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죠."

북-중 공조를 통해 미국의 압박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북한의 메시지는 올해 초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지난 1월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을 '최대의 주적'이라고 명시했고 대외활동의 초점을'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맞추겠다'고 말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표현이 없었습니다.

또 막말을 서슴지 않던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도 짧고 조심스러워 졌고 리선권 외무성의 담화 역시 시간이 아깝지 않은 '의미있는 대화'를 촉구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간을 잃지 않고 의미있는 대화를 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김여정과 리선권의 담화는 일종의 기싸움으로 봐야 되는거고, 무엇인가 확실하게 주고받을 게 뭔지를 미리 알고 나가겠다는 거지 일단 마주 앉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라도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같은 강경한 군사 행보를 취하기도 어려운 처지.

따라서 북한의 대화 거부는 향후 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신경전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정부의 설득을 수용해 적극적인 대북 대화 의지를 표명했지만 북한의 시간끌기가 길어질수록 대북 불신이 깊어지고 대화의 동력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이 요구하는 8월 한미연합훈련의 축소나 중단을 위해서도 북한의 태도변화가 하루빨리 선행돼야 합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한미연합훈련을 갖고 국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상당히 열띠게 논의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레서 뜨거울 수 있는 8월을 조금 더 미리 식혀가면서 서로 대화가 진행돼야지 일단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든 연기하든 명분이 생기거든요."

무엇보다 9개월도 채 남지 않은 한국의 대선이 큰 변수입니다.

북미관계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해온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미국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며 밝혔습니다.

서로가 대화를 모색하는 지금의 국면이 언제라도 긴장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말하면서도 서로 공을 떠넘기는 가운데 대화를 위한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오상연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281746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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