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컷] 애쓰시는 것 같긴 한데..쏟아진 구애에 청년들 속마음 들어보니

2021. 6.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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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점잖게 책상에 앉아있던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갑자기 일어나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춤을 춥니다.

주로 10·20세대가 이용하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올라온 이 영상은 '좋아요' 약 7만6천 개를 받았는데요.

소위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에 다가가려는 정치인들의 노력은 박 의원뿐만이 아닙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최근 틱톡에 래퍼·마술사 등으로 복장을 바꾸는 패러디 영상을 공개했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를 체험했죠.

또 최문순 강원지사는 유튜브 채널 최문순TV에 신인가수 '최메기'(MEGI)란 '부캐'(부 캐릭터)로 등장해 이목을 끌었고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 '제페토'에선 여권의 이낙연 전 대표, 박용진·이광재 의원, 야권의 원희룡 제주지사 등의 아바타도 만날 수 있습니다.

선거 시즌이면 '반짝'했던 청년 표심 잡기 행보가 새롭진 않지만, 요즘 들어 부쩍 여권 대선주자들이 젊은층 문화를 배우며 연결고리를 찾는데 집중하는 모양새인데요.

이는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에 돌아선 청년층 마음을 다시 붙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표를 던진 20대 남성 비율은 72.5%나 됐죠.

이에 더해 최근 30대 이준석이 보수 야당 대표직에 오르며 나타난 이른바 '이준석 현상'도 청년 표심에 민감해져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됐습니다.

이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와 호흡하는 정치인으로의 '변신'이 화두가 된 건데요. 일련의 상황을 두고 '변신 마케팅'이란 말까지 나옵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대가 집토끼인 줄 알았는데 젊은 세대 특히 남성 중심으로 비판적이면서 동시에 보수적인 태도를 많이 견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민주당 대권 주자들이 20·30대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2030 구애'가 정말 청년들에게 통할지는 의문인데요.

여기서 MZ세대의 민주당 지지가 흔들린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이나 공정 관련 여러 구설에서 책임이 있다"며 "누구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외친 정부인데 결과적으로 젊은층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설들이 나왔다"고 분석했습니다.

현근택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20·30세대가 해결되길 원하는 문제, 가장 크게는 취업과 일자리이고 다음으론 집값, 결혼과 육아 문제 등인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다음 대선에 나오는 후보들은 반드시 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청년들 사이에서도 젊은 세대를 의식한다는 건 긍정적이나, 앞서 원인부터 제대로 짚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학생 황동준(25) 씨는 "정책 실패와 위선적인 모습에 이질감을 느껴 실망한 것"이라며 "그에 대한 반성이나 개선이 실질적으로 있었는지 의문이다. 예능과 SNS로 청년 마음을 사려는 건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기 위해 무뚝뚝한 아버지가 잠깐 '까꿍'하는 모습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대학생 조윤경(23) 씨도 "현재 20·30세대가 갖는 불만을 짚기보다, 피상적인 '따라 함'으로 현 상황을 무마하려는 듯 보인다"며 본질을 놓친 방법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전문가들도 기존 '여의도 정치'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란 측면에선 주목할 만하지만 작위적인 이미지에 청년들은 열광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은 '꼰대' 같지 않은 '어른'으로 MZ세대에게 호응을 얻었죠. '나이 듦'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삶에 녹아있는 자유롭고 권위적이지 않은 사고와 촌철살인 화법이 자연스럽게 전달된 것인데요.

이런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바람처럼 청년 표심을 노리는 정치권이 단순 '흉내 내기'로 환심을 사려는 것은 소통의 진정성 측면에서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겁니다.

김석호 교수는 "윤여정 씨는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라 '꼰대'가 아닌 삶의 방식이 일생에 녹아있었던 것"이라며 "기존 정치 화법을 보여준 정치인들이 갑자기 자기 모습이 아닌 것을 흉내 내는 건 의미가 없다. 그런 모습은 소통이 아니라 이미지 정치다. DNA에 맞게 자신들이 잘하는 것으로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정치인으로서 MZ세대에 큰 화두였던 '공정' 논란부터 집값, 일자리 등 청년세대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사안에 대한 정책 제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합니다.

대학생 전종윤(23) 씨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MZ세대를 기성세대와 달리 특별하다고 인식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어떤 세대든 자신들 목소리를 잘 들어주는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게 된다. 소통 노력이 정책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정건 교수도 "콘텐츠와 소통 수단을 동시에 잡지 않으면 흉내 내기란 걸 금방 알아챈다"며 "SNS를 하며 유행을 따라가는 정치인 말고, 그 안에 콘텐츠가 있고 정책이 있되 간결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줄 아는 정치인을 젊은 유권자들이 높이 사지 않을까. 메시지, 미래 비전이 없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부작용만 남는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은정 기자 한영원 인턴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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