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데뷔전 MOTM 김문환의 소감 "아직 갈 길이 멀다" [한만성의 축구멘터리]

한만성 2021. 6. 26.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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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의 선발 풀타임, 맨 오브 더 매치 수상으로 자축

▲해외 진출 후 첫 선발 풀타임 소화
▲팬들이 뽑은 최우수 선수로 선정
▲"가슴 뭉클했지만 아직 갈 길 멀다"

[골닷컴] 미국 LA, 한만성 기자 = 데뷔 후 줄곧 부산 아이파크에서만 활약해온 김문환(25)이 큰 기대를 받으며 북미프로축구 MLS의 강호 LAFC로 이적한 올 초까지만 해도 그가 선발 출전하는 데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겨울 LAFC 이적을 마무리한 김문환은 이에 앞서 부산에서 활약한 작년 7~8월경 오른쪽 무릎에 이상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통증이 경미한 수준에 불과했고, 당시 부산이 강등권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던 터라 부상을 안고 출전을 감행했다. 그러나 김문환의 무릎은 그가 국내에서 시즌을 마친 후 해외 이적을 결심한 후 탈이 났다. 결과적으로 김문환은 부상 회복이 더뎌진 탓에 지난 2월 미국 LA에 도착해 일찌감치 현지 적응을 시작하고도 프리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고, 5월이 돼서야 MLS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수개월 이어진 재활을 거쳐 14일(한국시각) 홈구장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를 가득 메운 2만 관중 앞에서 선발 출전한 김문환의 경기력은 수준급이었다. 김문환이 맹활약을 펼친 LAFC는 FC 댈러스를 2-0으로 완파했고, 그는 경기 후 팬들이 선정한 '맨 오브 더 매치(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지난겨울 LAFC의 '빅 사이닝'이라는 평가를 받은 김문환은 이날 경기력으로 그동안 쌓인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됐다. LAFC의 주장이자 에이스 카를로스 벨라는 경기 후 "김문환은 경험과 수준이 있는 선수다. 매 경기 이런 모습을 기대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문환은 LAFC의 취재 구역 방역 지침을 이유로 경기가 끝난 후 이틀이 지난 26일 '골닷컴 코리아'와 전화 인터뷰에 나섰다. 그는 부산에서 뛴 작년 10월 후 무려 8개월 만에 해외 무대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데다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린 후 팬들과 동료들의 축하는 받은 데에 대해서는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지만, 스스로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일단 이렇게 오랜만에 선발 출전해서 풀타임을 소화했다는 게 저한테는 너무나 좋았어요. LAFC에 온 후에 처음으로 선발로 뛴 경기가 끝나고 팬분들 앞에 서서 박수도 받고, 격려도 받고, 또 경기 끝나고 동료들이 저한테 축하한다고 얘기하니까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고요. LA에 와서 정말 쉽지 않았는데... LAFC가 저한테 투자를 많이 해서 영입을 했는데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질 못했었잖아요. 그래서 구단에 너무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얼른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야 여기서도 좋은 생각을 할 텐데'라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그나마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고, LA 와서 힘든 순간이 나름대로 많았지만 옆에서 몸관리도 그렇고 정신적으로 힘이 된 사람이 와이프거든요. 누구보다 와이프한테 너무나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솔직히 경기력은 제가 냉정하게 보면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잘했다고 말씀해주시지만 저 스스로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경기 끝나고 나서도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다음 경기, 그리고 앞으로 계속 출전할 경기에서는 어떻게 해야 이번 선발 데뷔전에서 느낀 문제를 없앨 수 있을까를 고민 중이에요."

김문환은 지난 5월 MLS 데뷔전을 치렀지만, 선발로 나선 24일 댈러스전 전까지는 부상에서 회복한 후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리는 데 시간이 걸려 교체로 10~15분가량 출전하거나 아예 벤치를 지켜야 했다.

그러나 김문환에게 전환점이 된 건 이달 초 국내에서 열린 대표팀의 아시아 2차 예선 일정이었다. 사실 지난달 말 김문환이 대표팀에 차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가 부상을 이유로 작년 10월 후 선발 출전을 하지 못한 데다 몸상태가 100%가 아닌 선수에게 미국에서 한국을 오가는 장거리 이동은 대표팀, 소속팀, 그리고 선수 본인에게 모두 부담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김문환은 대표팀에 합류한 후 투르크메니스탄, 레바논을 상대로 선발 출전하며 오히려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고, 자신감을 되찾은 후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사실 지난달부터 교체 출전을 하다 보니까 10분밖에 뛰질 못하면 다음 경기에서는 더 많이 뛰고 싶은 마음이 계속 생겼던 거 같아요. 교체 출전을 하다 보니까 대표팀에서도 지금 상태를 더 이겨내려고 훈련 때도 더 노력했고, 감독님도 그래서 기회를 주신 거 같고요. 대표팀에 합류해서 첫 경기부터 선발로 시작했는데, 솔직히 대표팀 경기라는 게 소속팀 경기보다 부담감도 더 많고 압박감이 심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저도 오랜만에 하는 선발 출전을 대표팀에서 한 게 부담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몸상태를 끌어 올리려고 더 열심히 경기에 임했던 거 같아요."

"아마 대표팀에 갔는데 경기를 뛰지 못하고 LAFC로 돌아왔더라면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심적으로 부담이 더 커졌을 거 같아요. 오랜 시간 비행기만 타고 한국까지 가서 경기도 못 뛰고 다시 돌아오면... 그런 상태로 소속팀에서 선발이나 풀타임으로 뛰면 또 무리가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대표팀에 다녀온 게 도움이 됐어요."

다만, 작년까지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활약한 황인범(24)이 경험했듯이 김문환에게도 처음 겪는 시즌 도중 북미에서 대표팀 차출을 위한 장거리 비행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김문환은 이와 같은 체력적 부담이 평소 몸관리를 철저히 하는 데 더 신경을 쓰는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시즌 도중 장거리 비행은 듣던 대로 힘든 거 같네요(웃음). 장거리 비행이라는 게 생각보다 진짜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유럽에 있는 형들이나 대표팀 동료들은 그동안 수년째 이렇게 했잖아요. 저도 스스로 이런 환경에서 제 몸에 맞는 생활을 빨리 찾아야 하고, 조금씩 경험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몸상태를 회복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방법을 찾게 되는 거 같고. 아무래도 이번에 대표팀을 갔다 와서도 조금 더 신경 써서 쉬는 시간에는 휴식을 많이 하거나 평소 몸을 관리하는 데 조금 더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이처럼 해외 무대 도전에 나선 김문환에게는 모든 부분에서 익숙하지 않은 생활과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김문환은 이적 초기에는 검사를 해도 정확히 파악이 안 되는, 의학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미세한 무릎 부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경기는 물론 팀 훈련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시련이 이어졌다. 김문환은 부산에서 활약한 시절부터 든든한 선배였던 박종우(32)가 자신의 멘토라며 LAFC 이적 후에도 해외 무대, 대표팀 등을 경험한 그의 조언으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부산 시절부터 항상 좋은 말을 해주는 형들이 진짜 많았어요. 제가 부산에 있을 때부터 워낙 형들이랑 친하게 지내서. 그런데 그 중에서도 (박)종우형이 큰 힘이 됐던 거 같아요. 부산 시절부터 제가 잘할 때나 못할 때나, 기분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늘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줬던 형이거든요. 제가 LA에 와서도 정말 도움이 되는 거 같고요. 제가 여기서 많이 힘들었을 때 연락을 했었거든요. 형이 예전부터 말해준 대로 해외 생활이라는 게 힘든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동생으로서 힘드니까 도움을 청했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기보다는 투정을 부린 거죠. 종우형이 그때 저한테 지금은 힘들 수 있지만 버텨야 한다고 조언을 해줬거든요."

"종우형의 조언이 너무 큰 힘이 됐던 거 같아요. 종우형은 해외 생활이나 대표팀도 했었으니까. 워낙 많은 경험을 했던 형이잖아요."

드디어 부상에서 100% 회복해 실전 감각까지 끌어 올린 김문환에게 큰 힘이 된 또 하나의 존재는 바로 MLS에서 최고의 홈구장 분위기를 연출하는 팬들로 알려진 LAFC 공식 서포터즈 그룹 '3252'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난 16일부터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해제하며 LAFC의 홈구장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 스타디움도 만원 관중의 입장이 허용되고 있다. 댈러스전 선발 출전한 김문환의 활약을 직접 본 LAFC 팬들은 소셜 미디어(SNS) 등을 통해 직접 촬영한 김문환의 활약을 영상으로 공유하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LAFC 팬들은 댈러스전 66분, 김문환이 오른쪽 측면 사이드라인 부근 좁은 공간에서 상대 선수 세 명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간결한 터치와 잽싼 발놀림으로 돌파에 성공한 후 문전으로 침투하는 벨라를 향해 정확한 오른발 크로스를 연결한 장면에 격하게(?) 흥분하고 있다. 팬들은 실전 감각을 되찾은 김문환이 올 시즌 초반 3승 3무 3패로 주춤한 팀 성적을 끌어올릴 동력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K리그는 많은 팀들이 아직 팬층이 두터운 편까지는 아니잖아요. 물론 팬분들이 많이 오시는 팀이나 특정 경기가 있긴 하지만, LAFC 만큼 평일 리그 경기에서까지 선수가 이렇게 많은 팬 앞에서 뛴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죠. 한국에서는 대표팀 경기에 출전해야 만원관중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여기는 리그에서 이렇게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선수로서는 너무 감사한 일이고. 이 정도로 응원을 받게 되면 선수로서는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돼서 너무 좋았고요. 팬분들이 늘 항상 '우리 선수들 수고했다'고 격려해주시니까 정말 영광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김문환에게 첫 해외 진출 후 경험한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되며 받은 팬들이 특별 제작한 스카프를 어떻게 간직하고 있냐고 물었다.

"제가 집으로 잘 가져가서 좋은 곳에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날 입은 유니폼하고 같이."

글/인터뷰=한만성
사진=LAFC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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