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다간 싸움 난다"..골프와 자동차의 공통점은

정현권 2021. 6. 2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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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안전해야 골프가 편하다
[라이프&골프] "생각보다 골프장에서 접촉 사고가 많습니다. 주차하거나 귀가하려고 차를 뺄 때 좌우에 주차된 차와 자주 부딪치기에 조심해야 합니다."

지난달 방문한 강원권 골프장 주차요원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주차장에서 자그마한 여러 사건이 발생해 주의를 요한다.

주차공간이 협소한 골프장에선 운전에 미숙한 골퍼들이 후진하면서 접촉사고를 많이 낸다. 차가 다니는 통로가 좁으면 주차 자체가 쉽지 않다. 문을 열면서 옆 차를 찧기도 한다.

골프장에선 보통 전면주차를 유도한다. 골프를 종료하고 카트에 실린백을 트렁크에 쉽게 넣기 위한 조치다.

이 경우 통로가 좁으면 후진해서 차를 빼는 데 어려움이 많다. 여러 번 왔다갔다를 반복하거나 동반자에게 지켜봐 달라고 도움을 청한다.

자칫 핸들을 일찍 꺾었다간 옆차의 측면이나 범퍼 옆부분을 긁는다. 상대방이 고급 외제차라면 후속처리에 머리가 아프다. 발레주차도 못 미더워 본인 주차를 고수하는 부류도 있다.

필자는 요즘 웬만하면 후진주차를 한다. 전진주차로 접촉사고를 내느니 나중에 카트에서 백을 트렁커에 옮겨 실을 때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에서다.

골프와 자동차는 바늘과 실의 관계다. 자동차 없는 골프는 생각할 수 없다. 이동수단인 자동차는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골프보다 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지난 2월 타이거 우즈(46)가 자동차 과속 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역사상 최고 선수인 그가 어이없는 자동차 사고로 골프인생을 제대로 이어갈지 불확실하다.

아마추어 골퍼도 여유 있게 골프장에 가지 않으면 과속한다. 티오프 시간에 맞추려 무리하게 움직인다. 과속 단속에 걸려 과태료까지 문다. 허겁지겁 골프장에 도착하면 좋은 샷은 기대난망이다.

음주운전은 특히 금물이다. 간혹 전날 과음하고 새벽에 차를 몰고 나온다. 음주단속을 하면 바로 걸리고 만약 도로에서 접촉사고라도 나면 생각지도 않은 상황에 몰린다. 그날 골프는 날아갔다고 보면 된다.

카풀 상황에서 이야기에 몰두하다 보면 도로를 갈아타야 하는데 차선을 바꾸지 못하거나 출구를 놓치기도 한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왕복 30분 이상 시간을 날리기도 한다.

여유를 부리다가 갑자기 시간에 쫓겨 과속하게 된다. 항상 내비게이션을 주시하고 조수석에 탄 사람도 운전자를 도와야 한다. 커피를 따르거나 운전자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컵을 놓쳐도 매우 위험하다.

골프장에 도착하면 주차 위치를 잘 기억하도록 한다. 초보 시절엔 골프를 끝내고 차를 못 찾아 한참 헤매기도 했다.

무더운 날엔 주차 위치도 고려사항이다. 나무 그늘에 차를 세우는 경우가 흔한데 송진 등 나무 진액이 떨어지면 제거하기 매우 힘들다. 세차를 해도 잘 없어지지 않아 그늘을 피해 주차하는 골퍼도 있다.

골프를 끝내고 귀가할 땐 반드시 캐디백을 다시 체크하는 게 좋다. 동반자의 차를 이용했다면 트렁크에 제대로 실렸는지 다시 확인한다.

외부 식당에서 백을 옮겨 싣기로 했다면 식사 전에 백을 옮겨놓는 게 현명하다. 예전에 식사 후 깜빡하고 그대로 귀가해 다음날 골프에 큰 지장을 초래한 적 있다.

귀가할 때는 졸음 운전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졸음이 오면 반드시 도로 옆 쉼터나 휴게소에 들러 10분만 자고 출발해도 효과 만점이다.

KDX한국데이터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티맵을 이용해 골프장을 방문한 차량은 105만941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늘었다. 브랜드별로는 현대차, 기아차,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순이었다.

요일별로는 금요일, 토요일, 목요일, 일요일, 수요일, 화요일, 월요일 순으로 방문차량이 많았다. 연령별로는 30대, 40대, 50순이었다. 50대를 제치고 30대 젊은 층이 골프 주류층으로 올라선 것이다.

자동차 회사는 골프대회 후원사로도 적극 나선다. PGA투어에선 제네시스, BMW, 혼다 등 3개 대회가 있다. LPGA에선 기아클래식, BMW레이디스 챔피언십, 뷰익LPGA상하이, 혼다LPGA타일랜드 등이다.

골프대회 중 홀인원을 하면 고급차를 경품으로 주는 경우가 흔한데 선수 본인이 타기도 하지만 보통 중고차로 판다. 벤츠급 고가차를 끌고 다니기엔 부담이다.

보통 차량가격의 22%에 해당하는 제세공과금을 내고 취득세·등록세와 공채 매입비용을 부담한 뒤 경품 제공사에서 본인 명의로 바꾼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원래 가격보다 보통 10~15% 할인돼 팔린다.

우리나라 선수가 외국에서 홀인원을 해도 운송료, 관세 부담 때문에 대부분 현지에서 처분한다. 경품 제공업체들은 홀인원 보험을 들어 부담을 줄인다.

골프와 자동차의 공통점에 관한 유머도 있다. 우선 아내에게 가르치기 힘들고 자칫하다간 싸움이 난다는 점이다.

둘다 주말에 나가면 항상 밀리고 중간에 전화 오면 위험하다. 해가 지면 라이트를 켜야 하고 겉멋 들면 자주 바꾼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동반자 중에 완벽한 조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모닝 커피와 간식을 준비하고 식사비도 지불한다. 재미나게 대화하는 와중에도 차선 변경과 도로 출구를 수시로 알려주며 운전을 돕는다. 그와의 카풀이 즐겁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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