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찌 광고에 국악 입힌 크리에이티브멋 김태환 대표 "한국적 '힙'에 중점"

정민하 기자 2021. 6.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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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0주년을 맞은 구찌가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23년 만에 두 번째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家屋)’을 열었다. 강북 지역 최초 플래그십 스토어인데다, 매장 이름도 처음으로 도시나 거리 대신 한 나라의 전통 주거 형태 명칭을 따오는 등 주목을 받았다. 이런 구찌 가옥을 더 주목받게 한 게 제작사 ‘크리에이티브멋’이 만든 영상 프로젝트다. 구찌 가옥의 홍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비대면 방식인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이뤄졌는데, 모든 영상 콘텐츠는 이 회사에서 기획 및 제작됐다.

매장 오픈 전엔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으로 유명해진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헬로 구찌’ 뮤직비디오를 티저 영상으로 공개하며 관심을 끌어냈다. 오픈 날엔 강남구 삼성동 일대 대형 전광판을 구찌 광고로 장악하고, 오프라인 행사 대신 특별 영상 ‘구찌 가옥 TV’를 네이버(NAVER(035420)) 나우(NOW) 등 온라인에서 라이브로 스트리밍했다. 이들 영상의 유튜브 조회 수를 합치면 30만 뷰가 넘어간다.

김태환 크리에이티브멋 대표. /크리에이티브멋 제공

크리에이티브멋은 김태환(41) 대표가 롯데그룹 계열 광고회사 대홍기획 출신의 카피라이터, SBS 방송작가 출신의 작가, 광고프로덕션의 감독 등 각 분야 크리에이터 16명을 모아 지난해 만든 디지털 콘텐츠 스타트업이다. 법인으로 등록한 지는 1년이 채 안 됐지만, 지금까지 40개 안팎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인 만큼 정체성이 없는 것이 정체성이 되는 탈(脫)장르·탈영역의 회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번 구찌 가옥 프로젝트에서 김 대표가 중요시한 것은 ‘한국적인 힙(hip·개성이 있으면서 유행에 밝은)’이다. 그는 “글로벌 브랜드 구찌의 정체성을 가지고 가되 가옥이라는 개념을 살려 한국의 ‘힙’이 글로벌 ‘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조화를 바탕에 두되 이탈리아 명품과 한국 전통성의 실험적 매칭이 주된 포인트”라고 말했다.

가장 눈길을 끈 영상은 퓨전 국악그룹 밴드 이날치와 현대무용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등장하는 ‘헬로 구찌’ 뮤직비디오다. 이날치가 지난 2월에 발매한 음원 수궁가의 ‘여보나리’를 ‘웰컴가옥’으로 개사해, 구찌 ‘신상’을 입은 댄서들이 한국 전통적인 특징이 드러난 화면을 배경으로 흥겨운 춤사위를 펼친다. 김 대표는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는 이미 이미지 소비가 많이 됐기에 차별점을 주는 게 큰 숙제였다”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글로벌하다’고 생각해 최대한 전통적인 특징을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영상은 지구로 놀러온 멤버들이 신명나게 놀고 다시 우주로 돌아가는 콘셉트다.

지상 1층부터 4층까지 1015㎡(약 307평) 크기의 매장은 드론을 이용한 원테이크 기법 촬영으로 담았다. 박승모 작가와 협업한 입면(파사드) 디자인의 건물 외부를 비추며 비행을 시작한 드론은 전통연희 단체 ‘연희집단 The 광대’를 따라 내부 곳곳을 보여준다. 단순히 드론의 동선만 고려해서 찍는 게 아니라 남사당패의 움직임과 동선과도 정확하게 일치해야 해서 오후 7시부터 촬영을 시작해 다음 날 오전 4시쯤 ‘오케이컷’이 나왔다.

김 대표는 “새롭게 시도하는 형태의 영상 콘텐츠이다 보니 이탈리아 본사와 전체적인 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많이 소모한 탓에 국내 팀의 준비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이후 의사결정 과정에서 광고주와의 소통에 있어서 소모적인 요소가 전혀 없어 좋은 광고주가 좋은 광고를 만든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구찌는 강남 삼성동 일대 전광판에 대형 광고를 집행했는데, 최근 광고업계에서는 이같은 옥외 광고가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는 “이전과 달리 옥외 광고의 표현 범주가 3D 등 다양해졌다”며 “주로 16:9의 비율로 가로 형태이던 빌보드 역시 모바일 화면 형태에 맞춰 세로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특히 MZ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김 대표는 이들을 대변하는 키워드로 ‘기꺼이’를 꼽으며 “MZ세대는 본인이 가지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경험해보고 싶은 것에 기꺼이 투자한다”며 “그것에 대한 명확한 표현과 더불어 그에 따르는 노력과 희생도 기꺼이 감수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콘텐츠는 대면·비대면과는 별개로 최대 소비자이자 생산자이기도 한 MZ세대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MZ세대 가치관에 대한 이해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광고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100명으로 구성된 집단이 있다면 100개의 서로 다른 가치관이 있다고 생각하듯이 보편적 관점보다는 더 세분화되고 개인화된 마케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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