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돌아온 외국인.. 2차 전지에 꽂혔다

이다비 기자 2021. 6.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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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국내 2차전지주에 한 달 만에 돌아왔다. 지난 4월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을 제일 많이 사들인 외국인은 다시 이달부터 LG화학(051910)SK이노베이션(096770)·삼성SDI(006400)를 골고루 쓸어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국내 2차전지주가 성장 대비 주가 상승 폭이 높지 않아 저평가돼있다고 판단해 매수세를 늘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2차전지 3대장 중 하나인 삼성SDI는 11.86% 올랐다. 다른 2차전지 대장주인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역시 각각 9.43%, 2.31% 오르면서 국내 2차전지 대장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올 상반기 국내 증시 흐름을 주도했던 2차전지주는 지난 5월 주가가 내렸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상승 랠리에 올라탄 모양새다.

일러스트=정다운

이달 2차전지 상승장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6월 1일부터 지난 25일까지 LG화학을 5101억5800만원어치 사들였다. 순매수 중 가장 큰 규모였다. 그다음으로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가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각각 3위, 7위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3119억8300만원, 삼성SDI는 1999억3100만원 사들였다.

코스닥시장에서도 2차전지주가 외국인의 사랑을 받았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에코프로비엠(247540)을 1046억7800만원어치 사며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은 2차전지 양극재를 만드는 업체로 2차전지 소재주로 분류된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SDI를 가장 큰 규모로 순매도했다. 개인은 총 4703억2000만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SK이노베이션(4218억600만원)과 LG화학(2159억7200만원)도 4번째, 6번째로 순매도했다. 개인이 차익실현에 나선 매물을 그대로 외국인이 받아 주가를 올린 셈이다.

외국인은 지난달만 해도 2차전지주에 시큰둥했다. 지난 5월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는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2차전지주가 없었다. 순매도 상위권에도 없어 외국인은 2차전지주를 사지도, 팔지도 않았다. 지난 4월 LG화학을 8453억2400만원어치 순매수하며 순매수 1위를 기록했던 일이나, SK이노베이션을 1062억6000만원어치 순매수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자사의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LG에너지솔루션 제공

외국인이 지난 4월에 이어 이달 다시 돌아온 이유는 2차전지주가 다른 종목에 비해 값이 싸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2차전지주는 그간 미국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성장주 위축 우려와 배터리 화재 문제로 인한 리콜 악재로 주가가 내려앉았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배터리 직접 생산에 관한 우려도 있었다.

최근 금리 인상 움직임에도 성장주의 시간이 다시 온 것도 호재다. 2차전지주는 대표적인 성장주로 분류된다. 각광받았던 가치주가 기저효과가 없어지면서 다시금 성장주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 금리 인상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대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면서 ‘안도 랠리’가 형성됐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생각보다 강하게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며 “같은 성장주라도 시장이 위험신호를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2차전지와 같이 현금 흐름이 확실한 성장주가 먼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정다운

전문가들은 2차전지주 반등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미국 등 해외에서 수주 모멘텀(상승 동력)이 계속된다는 분석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2차전지 업체의 미국 진출을 통한 오는 2025년 영업이익은 LG에너지솔루션(LG화학)이 1조1000억원, SK이노베이션이 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2차전지 업체들은 신규수주에 기반한 해외진출도 빠르게 진행할 예정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외 GM 미국 JV 공장(오하이오, 테네시) 70GWh 발표했고, 미국 공장 70~80GWh를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 1·2공장, 헝가리 1~3공장 외 포드미국 JV 공장 60GWh 발표했다. 조지아 3·4 공장도 추가 논의 중이다. 삼성SDI는 헝가리 1공장 외 헝가리 2공장 발표가 예상된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에 반영된 배터리 사업 가치는 6조원 수준으로 추산하는데 공격적인 중장기 증설 계획과 높아지는 수주 잔고를 감안하면 상대적 디스카운트(할인)가 과도하게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가 하반기에 예정된 만큼 수급에 따른 변동성이 커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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