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은 2030 전유물? 60대 여성이 가장 많이 한다

남정미 기자 2021. 6. 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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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류호정 타투업법 발의로 본 2021년 문신의 세계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호정 의원 SNS 캡처

“홍준표 의원을 찾아가 ‘눈썹 문신 하셨잖아요’라고 하니 흔쾌히 웃으면서 법안을 살펴보시고 공감해주셨다.”

지난 11일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합법화 등에 관한 ‘타투업법’을 대표 발의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법 발의 뒷이야기다. 발의는 10명을 채워야 할 수 있는데, 정의당 6명 외에 나머지 4명을 어떻게 설득할까 고민한 끝에 눈썹 문신한 국회의원들을 찾아갔다는 것.

류 의원은 지난 16일에는 국회 본관 앞에서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등에는 타투 스티커를 부착했다. 류 의원은 “30년 전 대법관들의 닫힌 사고방식은 2021년 대한민국의 기준이 되기에 너무 낡았다”며 “타투는 그 사람의 ‘외모’다. 헤어와 메이크업, 패션, 피트니스와 본질적으로 같다”고 했다. 1992년 대법원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질병을 전염시킬 우려가 있다며, 의료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합법과 불법을 따지는 건 둘째로 치더라도, 지난 30년간 타투에 대한 사고가 변한 건 분명한 사실인 듯하다. ‘아무튼, 주말’이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의뢰해 20~60대 남녀 503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문신은 60대 여성이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신은 더는 조폭의 상징도 20~30대의 전유물도 아니었다.

◇60대 女 23%가 문신 경험

주부 이모(61)씨는 최근 얼굴 2곳에 문신을 했다. 눈썹과 눈 가장자리, 흔히 말하는 아이라인이다. 이씨는 “60대에 접어들면서 눈썹 숱이 줄어들고, 눈꺼풀이 처져 부쩍 나이 들었다는 게 실감나더라”며 “눈썹과 아이라인에 반영구 화장을 한 후 ‘눈썹 숱이 많아지고 눈매가 또렷해져 젊어 보인다’는 반응이 많아 만족스럽다. 눈 화장 하지 않게 돼서 시간 절약하고 편한 건 덤”이라고 했다.

문신의 경험은 세간의 편견과 달리 나이가 많을수록 더 많았다. 20대는 9.1%만 ‘문신을 해봤다’고 했지만, 30대에 들어서자 이 비율이 17%로 늘었다. 40대에 들어 잠시 주춤(16.1%)해지더니, 50대가 되면서 다시 증가(18.1%)했고, 60대는 세대를 통틀어 문신을 가장 많이 했다(19.3%). 특히 60대 여성이 성별·세대별로 그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10명 중 2명 이상(23.6%)이 ‘문신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왜 그럴까. 이는 ‘문신을 어디에 했는지’에 대한 답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20대만 해도 ‘팔·다리·등’처럼 얼굴이 아닌 신체에 문신을 했다는 응답이 47.3%(복수 응답 가능)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30대 이상 모든 세대에서는 ‘눈썹’을 가장 많이 한 부위로 꼽았다(50대 53.6%, 60대 51.8%).

류 의원이 찾아간 홍준표(67) 의원도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11년 성형외과 의사에게 눈썹 문신 시술을 받았다. 당시 홍 대표는 “스트레스로 탈모 현상이 일어났으며 그로 인해 눈썹까지 빠져 문신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철수(59) 국민의당 대표도 올 초 눈썹이 진해졌다. 다만 안 대표는 문신이라고 밝히지는 않고, 한 방송에서 “나이가 들다 보니까 눈썹에서 흰 눈썹들이 자라고 해서, 손봐주겠다는 분이 있어서 맡겼더니 지금 이런 모양이 됐다”고 했다.

반영구 눈썹을 전문으로 하는 한 타투이스트는 “예전엔 남녀 비율이 2:8 정도였다면, 요즘엔 4:6 정도 된다. 특히 50대 이상 남성의 문의가 많다. 환갑 선물로 딸들이 함께 모시고 오기도 한다”고 했다.

다만 눈썹이나 아이라인 문신의 경우 ‘문신’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반영구 눈썹·아이라인 등이 문신에 해당한다는 걸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3%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37%는 문신인 줄 모르고 해당 시술을 받은 것이다. 주부 이씨도 이날 ‘문신’ 대신 여러 번 ‘반영구 화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씨는 “미용 시술의 일종이라고만 생각했지 문신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당연히 불법인 줄도 몰랐다”고 했다.

◇문신 내로남불? 60대 반대도 가장 높아

문신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문신 합법화를 찬성하는 건 아니었다. ‘문신 합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1%가 반대했다. 49%는 ‘얼굴 등 미용 목적은 괜찮다’고 조건부로 찬성했다. ‘전신 문신도 괜찮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특히 세대별로 들어가보니, 역설적이게도 문신 경험이 가장 많은 60대에서 반대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60대의 경우 35.8%가 ‘반대한다’고 했으며, 51.9%는 ‘얼굴 등 미용 목적만 괜찮다’고 했다. ‘전신 문신도 괜찮다'는 의견은 12.3%에 불과했다. 문신 경험이 가장 적은 20대는 오히려 ‘전신 문신도 괜찮다’는 응답이 32.4%로 가장 많았다.

반대 이유도 세대별로 조금씩 달랐다. 20·30대의 경우 ‘위생 등 건강상의 이유’(각 28.5%·38.1%)가 가장 많았지만, 50·60대는 ‘혐오감이 든다’(각 37.7%·35.8%)를 가장 많이 꼽았다.

현재 문신 합법화를 가장 반대하는 측은 의료계다. 대한의사협회 황지환 자문위원은 “문신은 피부 속에 침습적으로 염료를 주입해 색을 내는 것으로, 의료 행위에 속하기 때문에 의사가 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황 위원은 ‘밥그릇 싸움 아니냐’는 질문에 “의사들이 문신 시술하겠다는 게 아니다. 문신업이 합법화되면 오히려 지우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져 의사들은 돈을 더 많이 벌게 된다. ‘패션’이라면 지워져야 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색은 빼더라도 흉터 등이 남는다. 많이 한다고 해서 결코 권장해야 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타투업계에서는 “국민 건강과 공중보건을 위해서라도 타투업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송강섭 한국타투협회 회장은 “현재 1년에 반영구 화장은 600만건, 몸에 하는 타투는 50만건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실은 음지에서 관련 산업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전혀 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타투업을 활성화시켜 달라는 게 아니다. 진짜 위생과 보건이 걱정된다면, 관련 법을 만들어 교육도 시키고 대책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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