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은 국민합의라도 거쳤지만, 우리는 정부 독주로 탈원전

박상현 기자 2021. 6. 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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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제로30년 전쟁] [5]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당초 전문가·산업계·시민사회·국민이 참여한 ‘2050 저탄소사회 비전 포럼’에서 발표한 2062년 탄소 중립 목표를 12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한 달 뒤 환경부는 공청회를 열고 ‘석탄발전 제로(0)화’ ‘신재생에너지 비중 80%’를 골자로 한 ‘2050 탄소 중립 추가 검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각종 신기술 개발을 전제로 한 장밋빛 구상만 있었고,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은 없었다. 산자부는 즉각 “부처 간 협의가 전혀 없었다”며 반발했다. 대통령이 던진 말 한마디로 ‘탄소 중립 데드라인’이 결정되는 촌극(寸劇)은 국내 환경 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독일은 탈(脫)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측면에서 우리 정부와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은 닮아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 도출에 많은 시간을 쓰기 때문에 정책 일관성이 높은 편이다.

독일에서 원자력발전소 폐쇄를 위한 ‘핵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2000년 6월이다. 당시 사민당-녹색당 연립정부와 원자력발전 업체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원전의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2010년 보수 성향의 기사당-자민당 연립정부가 당시 운영 중이던 원전 17기의 수명을 평균 12년 연장하는 정책을 폈을 때도 ‘신규 원전 건설 금지’라는 합의는 지켜졌다.

이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독일 정부는 원전 조기 폐쇄로 돌아섰다. 이때도 “에너지 전환은 각계각층의 ‘사회적 합작품’이 돼야 한다”고 했다. 독일 정부는 2011년 4월 기업·기관·노조·시민단체 등 총 28개 단체를 초청해 원전의 기술적 위험도를 평가하는 한편, 원전 폐쇄에 따른 전기 수급 부족 문제 등 부작용에 대해 토론했다. 이 토론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독일 국회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반면 우리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이 같은 합의는 찾아볼 수 없다. 탄소 중립 정책을 이끄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도 원자력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정부는 ‘원전 폐쇄’라는 답부터 정해놓고 원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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