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심부전과 살아가기] 20살의 심장 이식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교사의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한 20살 임 모 군은 몇 달 전부터 가끔 가슴 두근거리는 증상이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 전부터는 숨이 차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약간의 감기 기운도 있었으며, 전반적인 기력이 떨어져 침대에서 나오기도 어려웠다.
‘에크모’는 요즘과 같은 코로나 시국에 뉴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용어다. 다리 쪽의 굵은 정맥과 동맥으로 손가락만 한 굵기의 큰 카테터를 넣어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액을 빼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공급한 후, 다시 정맥이나 동맥을 통해 다시 환자의 몸속으로 돌려보내는 의료장비를 가리킨다. 이는 심장 기능이 떨어진 심부전 환자에게는 동맥으로 혈액을 보내고, 폐 기능만이 감소한 환자에게는 정맥으로 산소가 충분한 혈액을 보내게 된다.
에크모는 심 기능이나 폐 기능이 감소한 환자들에게 일시적으로 심장과 폐를 쉬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심폐기능이 호전되지 못할 경우 이식까지 기계를 유지해야 하므로 여러 가지 합병증들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나 다리 쪽의 혈전으로 인한 괴사 혹은 혈전 방지제를 사용하면서 머리 내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하여 장기간 중환자실에서 생활할 경우 섬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임군이 심장 이식을 대기하던 때는 워낙 뇌사자가 없던 시기였고, 환자의 혈액형도 O형으로 뇌사자 심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오래 에크모를 삽입한 상태로 기다리면서 환자에게서는 다제 내성균이 나오고, 혈소판 감소와 폐부종으로 객혈이 자주 일어났다. 에크모 카테터 하나만으로는 폐부종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연말연시 크리스마스에 하트팀을 불러 모아 다시 관을 하나 더 삽입하는 등 온 힘을 다해 환자에게 매달렸다.
임군은 오랜 중환자실 생활로 섬망이 다소 있었으며 기관을 삽관한 채 마약성 진통제로 반 수면 상태였지만, 손으로 의사소통은 가능했다. 의료진과 부모님께 늘 고마움을 손으로 표현했다. 자신이 잘 치료받고 나가면 부모님께 더 잘하겠다고, 목소리가 좋으니 의사 선생님과 노래 경연 프로그램도 나가보고 싶다는 농담도 손글씨로 적었다. 하지만 온몸에 에크모를 비롯해 기관 삽관, 콧줄 등 각종 관을 연결한 상태의 임군에게서 자주 발생하는 객혈과 균 등을 보는 부모와 의료진의 마음은 정말 타 들어갔다. 하나님, 부처님, 산신령님. 아는 모든 신을 총동원해서 환자를 살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간절한 기도들이 응답을 했는지, 새해 1월 1일 뇌사자가 나타나서 스무 살 임군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었다. 비록 이식 후에도 힘들게 회복했지만, 임군은 결국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5년이 지난 지금, 환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임군은 누구보다 멋진 청년으로 성장해 이제 곧 교사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운동도 열심히 해서 몸도 아주 건장해졌고, 누가 봐도 심장 이식을 한 환자로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임군은 당시에 사용했던 약제들 때문인지, 중환자실에서 부모님과 의료진에게 표현했던 감사의 말이나 함께 노래 대회에 나가자던 얘기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임군이 겪었던 병원 생활을 토대로, 그가 학생들을 더 이해하고 격려하는 훌륭한 선생님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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