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06] 부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백영옥 소설가 2021. 6. 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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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지수초등학교에 있는 재벌송. 연암 구인회와 호암 이병철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당초 3그루의 소나무가 있었는데, 한 그루는 죽고 남은 두 그루도 뿌리가 합쳐져 한 그루로 보인다.

‘투자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산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좋은 기운을 받으려 오마하에 있는 그의 집 앞을 순례하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한국에도 그런 장소가 있다. 경남 진주의 지수초등학교다. 놀랍게도 이 시골 학교에서 한국 경제계의 큰 인물이 셋이나 배출됐다. 연암 구인회, 호암 이병철, 만우 조홍제는 각각 LG, 삼성, 효성 창업자로, 지수초등학교에서 동문수학했다. 운동장에는 부자 나무로 불리는 소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은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초석을 세운 연암과 호암이 이 작은 운동장에서 함께 뛰어놀았다고 생각하면 참 신기하다.

흥미로운 건 대한민국 정보화의 초석을 닦은 창업자들이 모두 86학번이라는 것이다. 네이버의 이해진, 다음의 이재웅, 카카오의 김범수, 넥슨의 김정주가 그렇다. 심지어 이해진은 이재웅과 강남의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자랐고, 김범수와는 사업 초창기 동업자였으며, 김정주와는 대학원 기숙사에서 한방을 썼다. 특정 세대가 한 분야에서 시대를 풍미하는 건 분명 개인의 능력만은 아니다. 그들은 한국 경제가 호황으로 접어들던 시기에 모두 청소년기를 보냈고, 또래보다 먼저 컴퓨터를 접하는 행운도 가졌다.

미국의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도 1955년생 동갑이다. 동갑내기 두 사람이 웹과 모바일 생태계의 지배자로 성장한 것 역시 시대가 준 선물이었다. 언젠가 빌 게이츠는 “열두 살이 되던 1967년에 다니던 사립학교에 처음 컴퓨터 단말기가 설치되었고, 컴퓨터실에서 살다시피 하였다”는 인터뷰를 했다. 만약 빌 게이츠가 공립학교에 다녔다면 개인 컴퓨터를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을까. 진취적인 열정주의자들도 나이가 들며 일정 부분 운명론자가 되지 않는 건 힘든 일이다. 작은 성공은 개인의 열정과 노력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거대한 성공은 시대의 도움 없이 결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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