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마이애미 12층 아파트 붕괴, 실종자 159명으로 늘어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1. 6. 2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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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당한 것처럼 12층 아파트 폭삭
4명 사망, 159명 소재 파악 안돼...사상자 더 늘어날 듯
1990년부터 건물 침하, 人災 가능성
24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소방관이 침대 밑에 깔려있던 10세 소년을 발견해 구출하고 있다. 침대 밑에 깔려있던 이 소년은 콘크리트 잔해 사이로 손가락을 내밀어 움직이며 “내 손 보이나요. 제발 날 두고 가지 마세요”라고 소리쳤다. 12층짜리 이 아파트는 이날 오전 1시 30분쯤 갑자기 무너져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다쳤다. 아파트 거주민 중 99명은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았다./AP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에 있는 12층짜리 아파트가 24일(현지 시각) 갑자기 무너져 내려 최소 4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초 구조 당국은 실종자가 99명이라고 밝혔지만 사고 다음 날인 25일 159명으로 정정하면서, 사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24일 새벽 10세 소년이 사고 1 시간여 만에 상처 하나 없이 잔해 더미에서 구조되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CNN이 보도한 영상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30분쯤 서프사이드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아파트의 중간 부분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중간 부분이 내려앉은 뒤 6~7초가 지나자, 아파트 오른쪽 부분도 뒤따라 붕괴했다. 건물이 폭삭 내려앉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2초 안팎이었다. 아파트 절반 가까이가 땅으로 꺼지면서 진동이 퍼졌고 곧이어 먼지가 자욱하게 번졌다. 주민 대부분이 잠들어 있던 시간대였다.

건물에 있던 사람들은 굉음에 혼비백산해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인근 건물로 탈출한 에런 마일스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 어른 모두 가릴 것 없이 비명을 질렀고 여성과 애들은 울었다”고 했다. 붕괴되지 않은 동(棟)에 살고 있는 배리 코언씨는 뉴욕타임스에 “천둥 같은 소리가 나더니 1분 정도 지속됐다”며 “마치 미사일에 폭격당한 것 같았다”고 했다. 한 주민은 “9·11 테러 현장을 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대니엘라 러빈 카바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시장은 사고 다음 날인 25일 기자회견에서 “행방불명자가 159명에 달한다”며 “아파트 거주자 120명의 소재는 확인됐다”고 했다. 그는 전날에는 “붕괴된 건물에 거주하는 102명의 소재가 확인됐지만, 99명은 아직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행방불명자가 60명 늘어난 것이다. 외신들은 “이 아파트에 상시 거주하지 않고 별장처럼 이용하는 주민이 많아 거주자 수를 다 집계하는 것이 어렵다”고 전했다. 37명은 건물 붕괴 직후 사고 현장에서 구조됐다.

현장엔 밤새 구조 작업을 위해 구조견‧음파탐지기‧수색 카메라 등이 총동원됐다. 소방 당국은 80여 팀을 투입해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붕괴 건물 주변의 도로들은 모두 폐쇄된 상태다. 크레인과 같은 중장비는 추가 붕괴 위험에 대비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 폭우를 동반한 폭풍 상륙도 앞두고 있어 구조 작업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잔해에 갇힌 생존자들이 목소리와 휴대전화 플래시로 구조 신호를 보내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고 전했다. 붕괴한 아파트 근처에 사는 니컬러스 발보아씨는 사고 1시간여 뒤 작은 손가락이 콘크리트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모습과 함께 “도와 달라”는 소년의 목소리를 확인했고, 휴대전화 불빛으로 구조대를 불러 10세 소년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소년이 ‘제발 저를 두고 가지 마세요’라고 소리쳤다”고 했다. 이 소년은 다행히 부상은 입지 않았다.

24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의 서프사이드에 있는 12층 아파트의 일부가 무너져 경찰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국인이 피해를 당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마리오 아브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 부인의 여동생을 비롯한 파라과이 국적자 6명 등 실종자 3분의 1은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자 가족 등 100여명은 인근 커뮤니티 센터에 모여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실종된 77세 고모의 소식을 기다린다는 러즈 마리나 페나씨는 워싱턴포스트에 “20년간 살면서 유지 보수가 잘 안 되는 데도 불평한 적 없다. 기적이 일어나길 빌고 있다”고 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24일 해당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건물 붕괴로 집을 잃은 이재민을 위한 숙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이날 성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국토안보부와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비상사태를 관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에 대해 현지 언론 매체들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앞서도 ‘위험 신호’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는 1981년에 지은 것으로, 지어진 지 40년이 넘었다. 부동산 중개 사이트들에 따르면, 침실이 3개인 162㎡(약 49평) 크기의 아파트 가격은 71만달러(약 8억원)다. 침실 4개짜리 418㎡(약 126평) 규모의 펜트하우스는 288만달러(약 32억6000만원)에 달한다.

이 아파트는 40년 이상 되면 재승인받아야 한다는 법 규정에 따라 재승인 절차를 밟으면서 녹슨 철근, 손상된 콘크리트 등 위주로 대규모 보수 작업을 앞두고 있었다. 이와 별도로 최근까지 이 건물에선 지붕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붕괴 원인과 관계가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시먼 우도운스키 플로리다 국제대 교수의 2020년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해변가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이 건물이 1990년대부터 연간 2㎜씩 서서히 침하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어머니가 실종된 파블로 로드리게스씨는 CNN에 “어머니가 사고 전날 밤 ‘삐걱거리는 소리 때문에 새벽에 잠이 깼다’고 말했다”며 “근처 건물 단지에서 지난해 말 진행됐던 공사 작업으로 아파트가 흔들렸다. (그 공사가 사고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2015년에는 아파트 외벽에 금이 가는 등 관리가 부실하다며 아파트 소유주가 관리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했다. 이날 CNN 앵커 크리스 쿠오모는 사고를 보도하면서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라며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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