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냉대 받는 전쟁 영웅

강호원 2021. 6. 25. 22:2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헥토르, 아이아스. 고대 그리스 신화 시대의 영웅들이다.

그리스의 전쟁 영웅들.

찰리 채플린,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지만 100명을 죽이면 전쟁 영웅"이라고 했다.

전쟁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공동체를 지키는 정신으로 자리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헥토르, 아이아스…. 고대 그리스 신화 시대의 영웅들이다. 은발의 여신 테티스의 아들인 아킬레우스는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의 생명은 훔칠 수도, 살 수도 없다. 한번 숨이 넘어가면 끝장이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분노한 그는 트로이 벌판을 피로 물들이고 끝내 자신도 죽음을 맞는다.

그리스의 전쟁 영웅들. 생명을 다한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대지의 끝 오케아노스강 근처의 지하세계로 갔다. 영웅들의 삶은 신화가 되고, 공동체를 지키는 힘의 원천이 됐다. 3000년 세월에도 빛이 바래지 않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그 가치는 바로 영웅으로 인해 빛난다.

우리 역사에도 영웅은 많다. 수의 침략군에 맞선 을지문덕, 거란군을 섬멸한 강감찬, 왜적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성웅 이순신…. 그들이 있기에 역사는 이어진다.

찰리 채플린,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지만 100명을 죽이면 전쟁 영웅”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웅을 살인자와 동일시한다면 다시 사서를 들춰 볼 필요가 있다. 전쟁 없는 시대가 있었던가. 참혹한 싸움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벌어지고 있다. ‘전쟁하는 인간’. 종족을 지키는 본성 때문일까, 운명이 그런 걸까. 전쟁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공동체를 지키는 정신으로 자리한다.

6·25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 장군. 1주기 추모를 둘러싸고 또 논란이 인다. 국방부와 국가보훈처는 공식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관련 단체에서 행사를 하면 지원하겠다”고 할 뿐. 왜 대접은 싸늘할까. 친여 단체들은 그의 현충원 안장까지 반대했다. 영결식에 여당 지도부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친일 낙인 때문일까, 빨치산을 소탕했기 때문일까.

수백만명의 희생자를 낳은 6·25전쟁. 수많은 생명은 이슬처럼 스러져 갔다. 왜 그들은 목숨 바쳐 싸운 걸까.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들을 대표하는 이가 바로 백 장군이다.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순국선열의 넋을 모신 현충원을 제쳐두고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치러진 6·25전쟁 71주년 기념식. 그것이 냉대 이유를 말해 주는 건 아닐까.

강호원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