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달리기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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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딸아이가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희끼리 잘 놀던 아이들이 갑자기 뭔가 의논하는가 싶더니 한 아이가 내게 다가왔다.
그것 봐요! 달리기 못 하잖아요! 한 아이가 나를 놀리듯 가까이 다가와서 소리쳤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더 이상 달릴 일이 없는 거라면, 이제라도 열심히 달리면 다시 아이가 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최선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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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티셔츠에 면바지에 운동화. 당장 달리는 데 문제가 없을 옷차림을 한 어른이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아이의 대답은 달랐다. 이모가 제일 못 뛸 거 같아서요. 그 말은 곧 내가 자신들을 쉽게 잡지 못할 것 같아 선택했다는 의미였다. 뭐라고? 나는 어디 맛 좀 봐라, 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제안을 수락했다. 이래 봬도 왕년에 육상부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달리기만큼은 자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웬걸, 사방으로 도망가는 아이들을 쫓아다닌 지 몇 분도 안 되어 나는 자신감을 잃었다. 몸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잽싸게 방향을 틀고 가볍게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번번이 내 추적을 따돌렸다. 한없이 무겁고 둔한 몸을 움직이는 와중에 나는 문득 어른이 된 후로 달려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달린 것이 언제였던가. 고등학교 체력장 때였을까. 어른이 된 후로는 달릴 일이 없었다. 반별 체육대회에 참가할 일도 없고 체력장을 할 일도 없었다. 건강을 위한 조깅 같은 건 게으른 탓에 하지 못했다. 약속시간에 늦으면 택시를 탔다. 그러고 보니 출근길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10미터쯤 뛰어본 적은 있었다. 그것도 달리기였다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달릴 일이 없다는 것인가. 더 나이 들면 더 그렇게 되겠지. 한없이 가볍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새삼 나이 듦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 봐요! 달리기 못 하잖아요! 한 아이가 나를 놀리듯 가까이 다가와서 소리쳤다. 나는 미끄럼틀 옆에 멈춰 섰다. 스트레칭을 하며 뒤늦게 몸을 풀었다.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운동화 끈을 다시 조였다. 그런 다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 녀석들, 내가 꼭 잡고 말겠다!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더 이상 달릴 일이 없는 거라면, 이제라도 열심히 달리면 다시 아이가 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최선을 다해.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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