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출동하다 속도위반한 소방차, 소명서 제출해야 과태료 면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희경 2021. 6. 2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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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 "출동대원 사기 저하, 신소한 소방활동 위축시켜"
경찰 "과태료 무조건 면제시 도덕적 해이 발생할 수도"
게티이미지뱅크
긴급 상황에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출동하는 소방차가 도로에서 속도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할까.

정답은 당연히 ‘물지 않아도 된다’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 조건이 붙는다는 점이다. 각 소방서가 긴급출동 중에 속도를 위반했다는 소명서를 일일이 경찰에 제출하고, 경찰이 이를 받아들여야만 과태료가 면제된다.

소방청은 이 같은 과태료 부과 방식이 소방공무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신속한 소방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과태료가 무조건 면제 되면 긴급 출동 사안이 아닌 경우에도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는 이른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현행 방식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현행 소방차 과태료 부과방식이 국민 안전에 도움이 될까. 소방청의 제안으로 국민의 의견을 묻는 투표가 진행돼 관심을 끌고 있다.

2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소방차에 대한 과태료 부과방식,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제목의 투표가 지난 11일부터 이달 30일까지 국민정책참여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소방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소방차가 신호위반이나 속도위반 등으로 적발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재난현장에 소방차가 빠르게 도착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상 소방차의 신호위반, 속도위반 등과 관련해 ‘긴급자동차에 대한 특례’ 조항이 마련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각 소방서는 해당 속도위반 등이 긴급출동에 따른 것임을 증빙하는 서류를 경찰에 제출, 소명이 되면 과태료를 면제 받는다.
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소방차 신호위반 등이 대부분 긴급출동 중에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런 과태료 부과 방식이 소방공무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신속한 소방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소방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소방청은 국민생각함을 통해 두 가지 방식을 투표에 올렸다.

지금처럼 △신호위반, 속도위반 등 발생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소명을 하면 면제해주는 방안 △소방차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를 원칙적으로 면제하고 교통사고나 민원 등 피해 발생시 책임을 지게하는 방안 △기타가 선택지로 제시됐다.

이날 현재 투표인원의 75%는 현행 방식을 바꿔 소방차에 대해 과태료를 원칙적으로 면제해야 한다는 데 손을 들어줬다. 한 네티즌은 “소방차는 명백한 고의가 아닌 한 모든 상황에 대해 항상 보호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소방차에 의해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고발생자(소방관)에게 부담, 책임을 지도록 하게 하지 말고 해당 지자체나 국가가 책임을 지도록 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목숨을 내 놓고 국민을 지킵니다.”라고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투표내용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소방차에게 왜 과태료가 들어가나요. 무조건 면책이지요. 소방차가 없으면 국민안전이 없습니다”라는 의견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응답자의 11%는 현행 과태료 부과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선택했다. 한 네티즌은 “지금도 경찰나리들이 본인들 퇴근시간 및 식사타임에 싸이렌 울리면서들 다니는데...글쎄올시다....”라는 의견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본인을 소방관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현직소방공무원입니다. 출동 중 과속 적발시 소명을 하면 면제가 되지만, 그 과정이 번거로워 거의 모든 운전대원들이 카메라 앞에서 반사적으로 속도를 줄이게 됩니다. 그리고 밥 시간에 맞춰 빨리 가려고 사이렌을 울린다?? 실소도 안 나옵니다. 어느 분의 뇌피셜인지는 모르지만, 소방관들 그리고 경찰분들도 그렇겠지만 현장 출동 후 귀소 할 때도 절대 사이렌 안 울리고 귀소합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연간 1만 건 중에서 98.7%는 다 소명이 돼서 과태료가 면제 된다”면서 “긴급출동 중에 과태료를 의식하게 되면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골든타임을 지키는 데도 차질을 빚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청 관계자는 “출동한 것이 증명이 되면 다 면제를 해주기 때문에 골든타임이랑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사후적으로 행정처리하는 것이 불편해서 이런 요청이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긴급출동 등 긴급한 목적으로 사용될 때만 예외적으로 과태료 면제 혜택이 적용되는 것”이라면서 “소방차에 대해 무조건 과태료 면제를 하게 되면 진짜 출동이 아닌 경우에도 교통 법규를 위반하는 등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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