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한 예우를 받고 싶어요"..잊힌 '소년소녀병'
[앵커]
1,129일. 6.25 전쟁 발발부터 정전협정까지 치열했던 날들입니다.
당시 임시수도인 부산에서 올해 71주년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70여 년 만에 공적이 확인된 참전용사와 유족들에게는 무공훈장이 수여됐고, 참석자들은 '나라를 위한 희생은 국가가 끝까지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는데요.
잊혀져선 안 될 또 다른 영웅들이 있습니다.
책대신 총을 나섰던 소년소녀병들의 사연, 박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6살, 중3에 불과했지만 전쟁이 터지자 군에 입대한 윤한수 할아버지.
거리에서 강제징집되는 친구들을 보고 망설임 없이 자원 입대했습니다.
아직도 군번을 잊지 못합니다.
[윤한수/소년병 참전자 : "군번? 네.. 0356144."]
만 18세 미만 소년소녀 3만여 명이 참혹한 전투에 참여했습니다.
박태승 할아버지는 전장에서 숨진 동료 소년병을 혼자 놔두고 온 게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박태승/소년병 참전자 : "바로 시체를 넘고 다니는 그런 상황이었지, 오늘날까지도 그 광경이 내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학업까지 모두 포기하면서 전쟁 이후 이들의 삶은 어려웠습니다.
[윤한수/소년병 참전자 : "학업을 계속하지 못해서 직장이 시원찮았고, 수입이 적으니깐 애들을 대학에 못 보냈어요."]
현재 소년 소녀병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예우는 매달 30만 원 남짓한 참전유공 수당과 약간의 의료비입니다.
가정과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나이에 나라를 위해 참전했던 만큼 이들의 예우를 국가 유공자 수준으로 높이자는 건의가 계속되는 이유입니다.
2001년부터 이들을 사망이나 부상입은 군인에 해당하는 국가 유공자로 예우하자는 법이 8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도 1년째 논의만 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현행 보훈 체계를 들며 추가 보상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장터에 뛰어든 소년소녀병 가운데 현재 생존자는 만 명 남짓.
더 늦기 전에 국가의 이름으로 합당한 예우 방안이 나오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촬영기자:김동욱 백재민
박진영 기자 (jy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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