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한복판에 선 세상 모든 '김지영' [책과 삶]
[경향신문]
▶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민음사 | 368쪽 | 1만4000원
조남주의 첫 소설집 <우리가 쓴 것>의 이야기는 대체로 가족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전작인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이유로 ‘맘충’이 돼 버린 여성의 삶을 그렸다. 이번에도 출발점은 사랑과 차별이 함께 자라는 온상, 가족이다.
<우리가 쓴 것>에서는 여성으로 태어나 가족의 일원으로, 나아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김지영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8편의 단편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묵인되던 ‘차별’의 그늘을 다시 한번 들춰내며 가스라이팅, 몰래카메라, 돌봄 노동, 가부장제, 여성 노년의 삶 등 페미니즘의 여러 화두를 던진다.
‘오기’는 페미니즘 소설을 쓴 후 폭발적인 대중적 관심을 받게 된 어느 소설가가 겪는 고통을 표현했다. <82년생 김지영> 출간 이후, 조남주가 느꼈을 고민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작중 소설가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악플과 싸워가는 게 일상이다. 속으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형사고소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처리할 수 없는 악플도 있다. 가족에게 학대당한 자신의 삶을 훔쳐다 소설로 쓴 것이 아니냐는 한 독자의 비난이 그렇다. 세대와 계급을 떠나 비슷한 차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존재는 이렇게 분명하다. 페미니즘과 이를 표현한 소설을 ‘젠더 갈등’의 원흉으로 취급하는 시선이 허망한 이유다.
실재하는 차별과 혐오의 복판으로 뛰어든 조남주의 ‘오기’가 느껴지는 책이다. <82년생 김지영>의 ‘확장판’이며 ‘후일담’ 격으로, 특별한 ‘김지영’이 아닌 보편적인 ‘우리’의 이야기로 여성 서사의 폭을 넓혔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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