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선 라브는 어떻게 이 시대 최고의 '보물 사냥꾼'이 되었나 [책과 삶]

조해람 기자 2021. 6. 2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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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역사 사냥꾼
네이선 라브, 루크 바 지음·김병화 옮김
에포크 | 364쪽 | 1만8000원

1963년 존 F 케네디의 암살 직후 상황이 녹음된 테이프가 2011년 세상에 나온다. 기존에 공개된 테이프엔 없던 40분 분량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세상이 떠들썩해진 이 발견의 주인공은 ‘라브 컬렉션’. 희귀 문서 등 역사 유물을 구해 수집가나 박물관에 파는 가족 기업이었다. 경매에 나왔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테이프에 라브 컬렉션은 주목했고 일약 명성을 얻게 됐다.

책은 현대의 ‘보물 사냥꾼’인 라브 컬렉션 대표 네이선 라브의 흥미진진한 사냥 일기다.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외교정책을 상징하는 ‘큰 몽둥이’가 처음 언급된 편지, 윈스턴 처칠이 젊은 시절 전쟁포로로 잡혔을 때 남긴 메모, 나폴레옹의 시신검안서, 여성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이어하트의 비행 경주 신청서 등이 라브 컬렉션을 거쳐 수집가들의 손에 들어갔다.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악명 높은 위조꾼들이 남긴 가짜 물품을 놓고 치열하게 두뇌 싸움을 해야 하고, 다른 ‘선수’들과의 입찰 경쟁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라브 컬렉션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 비결은 숨은 역사적 의미를 발견하는 눈썰미다. 짧은 단어 하나, 날짜 하나가 모두 단서다. 그래야 라이벌 수집상들이 놓친 유물을 발견할 수 있다. 풍부한 역사적 지식은 필수다.

어리바리한 수습사원에서 대표로 성장하면서, 라브는 유물을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우리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로 보는 눈을 기른다. 스스로를 ‘역사 사냥꾼’이라 칭하는 이유다.

고문서에 담긴 옛사람들의 삶과 사랑, 꿈과 열정을 우리네 인생과 엮어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이 탁월하다. 빛바랜 종이에 푹 빠진 ‘역사 덕후’와 과거로 산책을 떠나보자.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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