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사라진 조세 원칙
영국 런던에 가보면 창문이 없는 오래된 건축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1696년 영국의 윌리엄 3세가 창문 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자, 사람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창문이 없는 집을 지었거든요. 결국 일조량 부족으로 국민건강이 위협을 받자, 유명 작가 찰스 디킨스는 '돈을 낼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삶에 가장 필요한 공기와 빛조차 박탈당했다.'라며 분노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8일 성난 부동산 민심을 가라앉힌다며 종부세 기준을 상위 2%,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1주택 장기보유자에겐 세금 폭탄이 숨겨져 있습니다.
민주당은 1주택자라도 양도차익이 5억 원을 넘으면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기존 80%에서 최저 50%까지 낮췄거든요. 그럼 정부의 세수는 종부세를 깎아줄 때 보다 오히려 늘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1주택 장기보유자가 많은 서울 강남 등 핵심지역 매물은 더더욱 나오질 않겠지요.
다주택자가 돼도 안 되고, 1주택자가 한집에 오래 살아도 양도세를 더 내야 하니, 국민에게 아예 매매를 하지 말고 평생 그냥 한집에서 살라는 건지, 아니면 차라리 집을 포기하고 무주택자로 살라는 것인지 그 의도를 종잡을 수 없습니다.
김부겸 총리도 이틀 전, 부동산 정책 실패를 사과하며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어디서 훔쳐라도 오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쥐를 쫓아도 도망갈 길을 터주고 쫓아야 한다는데, 재산세 종부세 등 보유세를 높이면 취득세 양도세 등 거래세를 낮춰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는 건 기본 조세원칙입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 운동본부장은 노무현 정부의 주택정책엔 20점, 이명박 정부 부동산정책엔 60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엔 마이너스 20점을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사라진 조세 원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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