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기억..그림으로 엮은 할머니들의 '인생책'
또박또박 글씨를 눌러 쓰고, 알록달록 색을 칠합니다. 전남 곡성 서봉마을 할머니들이 오늘(25일)로 71주년을 맞는 한국전쟁부터, 보릿고개까지 그동안 겪어온 삶의 기억들을, 그림책으로 엮었습니다.
이선화 기자가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기자]
[영화 '시인할매' :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살아온 인생을 '견뎌냈다'고 말하는 할머니, 80이 되어서야 돌아본 어린 시절엔 '무서운 세상을 산' 기억들이 또렷합니다.
총을 든 군인들은 가뜩이나 없는 살림을 훔쳐갔고,
[양양금 할머니 : 투덕투덕 들어오더니, 집이 가난하니까 뭐 먹을 것이 있어야죠. 쌀도 없고 뭐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고 마늘 밑동을 떼어가서…]
산으로 끌려간 가족은 다시는 볼 수 없었습니다.
[김막동 할머니 : 사람들을 막 엮어가지고, 이 사람 이렇게 묶고 저 사람 저렇게 묶고 산으로 데려가서 다 죽이고…]
난리를 피해 자주 숨어야 했던 시절, 친구들과 편을 갈라 전쟁을 놀이삼았던 장면도 그렸습니다.
[김막동 할머니 : 그릴 것이 없어서 그런 걸 다 그리고…그런 세상을 살았어요.]
늦게 배운 한글로 시집도 내고 영화도 찍었던 시인 할머니들은 내친 김에 그림책도 만들었습니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고즈넉한 마을에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김선자/길작은도서관장 : 그분들이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오늘날의 우리가 있는 거잖아요. 감사하고 또 고생하셨다 한마디 건넬 수 있는…]
'꽃길'만 걸어왔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쓰린 기억을 색연필로 덧칠하는 할머니들은 중학교를 못 가 서러웠던 때에도 '영감'이 아파 구급차를 타고 가는 길에도 항상 꽃이 가득했다고 돌아봅니다.
[양양금 할머니 : 마당이고 어디고 전부 꽃이에요. 나는 꽃을 좋아해서 책 제목도 꽃을 좋아한다고 나왔고만요.]
"꽃을 보고 날아드는~"
(VJ : 김경찬 /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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