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그냥 사진 찍는 것도 겁나요" 몰카 피해자의 호소
#20대 여성 A씨는 사진 찍는 것을 꺼린다. 지난해 헤어진 남자친구와 여행을 갔다가 '불법촬영'을 당한 기억때문이다. 전 남자친구 B씨는 A씨를 몰래 촬영한 사진을 SNS 등에 공유했다. 지인 등을 통해 자신의 사진이 온라인상에 돌아다니는 걸 알게 된 A씨는 처음엔 B씨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노는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B씨가 재판에 넘겨져 처벌을 받았음에도 어딘가 자신의 사진이 남아있을 것 같아 불안했다. 자신은 피해자임에도 창피함과 수치심을 느꼈다.
불법촬영 피해자들은 극도의 심리적 불안을 호소한다.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경로로 본인 사진이 유포돼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일상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온라인에 유포된 피해영상물을 통한 '2차 피해'도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짙게 한다.
한국여성진흥원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따르면 가해자 유형 중엔 미상(31.1%)이 가장 많았고 (전) 부부 및 연인 등 '친밀한 관계'가 24%로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를 모르는 사람 (17.9%), 일시적 관계(15.9%)가 이었다. 불법촬영이 일어난 장소를 보면 사적공간이 63.4%로 가장 많았고 공공장소가 26.5%로 뒤를 이었다.
불법촬영 범죄가 늘면서 초소형 카메라 등 몰래 설치된 녹화장치 탐지 의뢰도 증가했다. 불법촬영 기기 탐지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 프로정보통신의 이정직 대표는 "10년전과 비교하면 '몰카' 탐지 의뢰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늘었다"면서 "공공기관 등이나 경찰, 불안을 호소하는 개인들의 의뢰를 받아 불법촬영 장치들을 찾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본인 집에서조차 불법촬영을 두려워 하는 의뢰자들이 있다"고 했다.
일부 지자체에선 불법촬영 기기 탐지기를 무료로 대여한다. 강남구청 등에선 불법촬영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고 보고 구청 예산으로 탐지기를 구매해 개인이나 숙박협회, 지구대 등에 대여하고 있다.
박씨는 "최소한 아는 얼굴들이 많은 회사는 안전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회사, 숙박업소, 공중화장실 어디도 마음 편히 갈 수가 없다"며 "벽에 뚫린 구멍은 휴지로 막을 수나 있지, 알 수 없는 곳에 숨긴 카메라엔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법촬영 피해자들을 변호해 온 이재희 변호사(법무법인 명재)는 "불법촬영 피해자들을 변호하다보면 이들이 가장 원하는 건 자신이 찍힌 영상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라며 "경찰이 (영상이 없다고) 확인해준들 가해자가 휴대전화를 한 개 이상 가지고 있을 수 있단 생각에 마음을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2차 피해 역시 트라우마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운전강사 불법촬영 건의 경우 온라인 공간에서 '왜 치마를 입고 운전 연수를 받느냐'는 식의 댓글이 달렸다"며 "카메라를 몰래 설치한 사람이 문제지 왜 피해자가 그런 말을 들어야 하나"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정민씨 유족 '친구 A씨 고소했지만'…법조계 "무리수" - 머니투데이
- "생리할 때 피 많이 흘리나" 질문한 외국인 교수…수업중 성적 묘사까지 - 머니투데이
- "내 돈 수천만원 아끼는데 안할래?" 급매 살 때 고수의 '꿀팁'[싱글파이어] - 머니투데이
- 여경 소문 확인하려 숙박업소 CCTV 조회…"집단성폭력 경찰 파면하라" - 머니투데이
- 서장훈, 문채원 애교에 "건물까지 줄 뻔했다" 사심 반응 - 머니투데이
- '강간범' 크리스, 모친이 6억 슈퍼카 11억에 판매 시도 - 머니투데이
- 손흥민 돈 170억 날리나…'체벌 논란' 손웅정 아카데미, 문 닫을 판 - 머니투데이
- 與 "VIP 격노설 허위" 野 "박정훈 위법 없어"…고성 오간 필리버스터 - 머니투데이
- 또 시진핑 찾은 푸틴 "러시아와 중국, 어느 때보다 돈독해" - 머니투데이
- "13년 전 차량 급발진 사고"…여배우 다리에 선명한 흉터, 무슨 일?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