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크래프톤 증권신고서 정정해라"..업계 "공모가도 통제하니 쿠팡같은 기업이 미국으로 떠나"

정해용 기자 2021. 6. 2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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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올여름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크래프톤의 상장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은 공모가 산정에 잘못이 있다며 크래프톤이 지난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고 요구했다.

크래프톤이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기업을 경쟁사로 산정해 기업가치를 35조원 넘게 책정했는데 이런 비교가 부적절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는 크래프톤이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높게 잡은 것을 당국이 시정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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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올여름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크래프톤의 상장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은 공모가 산정에 잘못이 있다며 크래프톤이 지난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고 요구했다. 크래프톤이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기업을 경쟁사로 산정해 기업가치를 35조원 넘게 책정했는데 이런 비교가 부적절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장 주관사인 증권회사와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해온 공모가격에 대해 당국이 제동을 건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직상장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공모가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기 때문이다.

크래프톤

25일 크래프톤은 금감원이 지난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자진 정정하도록 요청했다고 공시했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에 거짓인 내용이 있거나 중요한 내용이 기재되지 않은 경우,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내용이 있다고 판단하면 정정 신고서를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재 사항에 문제가 있어 다시 자진 정정을 요청한 사안”이라며 구체적 정정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투자업계는 크래프톤이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높게 잡은 것을 당국이 시정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판단한다. 크래프톤이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인 45.2배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35조735억원으로 정했다. 금감원은 크래프톤의 매출이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데 월트디즈니와 같은 주가수익비율을 적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어떤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다음 스텝(단계)을 준비해 투자자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했다.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크래프톤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2주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14∼15일에 일반 청약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금감원의 요청으로 이런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크래프톤이 공모가를 낮추고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면 일정은 연기된다. 기존에 제출된 증권 신고서는 효력이 정지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율에 맡겨야 할 공모주 가치에 대해 금융당국이 나서 공모가 재조정을 요청하는 것이 자본시장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처럼 혁신 기업들이 해외로 발을 돌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부터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요건만 충족하면 적자가 나는 기업이라도 코스피 상장이 가능하도록 한 일명 ‘테슬라 조항’을 도입했다. 이 조항을 도입한 것도 쿠팡과 같은 혁신 기업을 붙잡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기업의 공모가마저 금융당국이 좌우하는 구조가 되면 이런 조항은 무색해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할 공모가 산정을 금융당국이 나서서 조정하는 것은 굉장히 후진적인 행태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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