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일부 임원,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있었다"

조미덥 기자 2021. 6. 2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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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사망 사건 자체 조사 발표
"확인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징계 결정"..징계 대상·수위는 안 밝혀
최인혁 COO, 사의 표했지만 계열사 직책 유지..노조 "꼬리 자르기"

[경향신문]

네이버가 지난달 발생한 직원 사망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에서 고인에 대한 일부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네이버에서 맡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했지만 다른 계열사 경영진 자리는 유지했다.

25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조사한 네이버 이사회 산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이날 “일부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고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에 대한 리더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확인됐다”며 “대상자들에게는 확인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각각의 징계 결정이 내려졌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구체적인 징계 대상과 수위는 대외비 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한성숙 대표이사는 직원들에게 e메일로 깊은 사과를 전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 전체 문화를 다시 들여다보고 점검하겠다”며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본격적으로 마련하고 바꿔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조직 체계 쇄신도 꾀한다. 네이버 이사회는 “급성장의 결과 조직 규모가 커지고 업무의 복잡성이 증대되는 속도가 지금의 경영진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압도하고 있다”며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말까지 새로운 조직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돼 리스크관리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를 권고받은 최인혁 COO는 이날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조사 결과와 별도로 COO와 등기이사 등 네이버에서 맡은 모든 직책에서 사의를 표했고 이사회는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 다른 법인의 직책은 유지했다. 최 COO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최측근으로, 네이버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꼽히기도 했다. 네이버 노동조합 관계자는 “네이버에서 맡은 직책에서만 물러나고 다른 주요 계열사에서의 경영진 활동은 그대로 보장하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라고 비판했다.

네이버 직원 A씨는 지난달 2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A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됐다. 이 안에는 평소 직장 내 괴롭힘과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경찰 수사, 특별근로감독과 함께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자체 조사가 진행돼왔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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