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소송 패소한 넷플릭스..OTT 소비자 부담만 커지나

최민영 2021. 6. 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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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상대 제기 소송 1심서 패소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25일 망 사용료를 지급할 수 없다며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글로벌 동영상서비스 업체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려는 국내 통신사의 협상력이 높아지게 됐다. 다만 실제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동영상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재판장 김형석)는 이날 넷플릭스서비스코리아가 에스케이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의 청구 가운데,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을 각하하고,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을 기각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법원이 원고의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망 사용료 지급과 관련해 “계약자유의 원칙상 계약을 체결하거나 어떤 대가를 지급할지는 당사자 계약에 의해야 하고 법원이 나서 체결하라고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망 사용료 지급 여부는 법원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다. 또한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청구에 대해선 “넷플릭스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협상 의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은 넷플릭스가 지난해 4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를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19년 11월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국내 사용자가 늘면서 데이터 전송량이 급증하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달라며 방통위에 재정신청을 낸 바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방통위의 중재를 거부하면서 자신들이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넷플릭스 쪽은 “판결문을 받아본 뒤에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넷플릭스는 소비자를 위해 국내 통신사 쪽과 협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환영한다”고 했다.

‘망 사용료 갈등’은 최근 3∼4년 새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통신사(ISP)-콘텐츠 사업자(CP), 국내 시피-글로벌 시피가 다층적으로 부딪히는 사안이다. 통신사 쪽은 대폭 증가한 고화질 동영상 이용량이 현재 통신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콘텐츠 사업자 쪽에 망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하고 있고, 콘텐츠 사업자들은 통신망 품질 유지는 통신사 고유의 업무라며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업체에 비해 트래픽이 적은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 업체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어 역차별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트래픽 점유율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 25.9%로 1위 였고, 넷플릭스(4.8%)와 페이스북(3.2%)이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네이버(1.8%), 카카오(1.4%), 콘텐츠웨이브(1.18%) 등 국내 사업자들은 1%대에 불과했다.

항소 여부가 변수로 남아 있지만, 이날 판결 취지대로라면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라는 에스케이브로드밴드의 요구에 응해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할 처지다. 이렇게 되면 케이티(KT)와 엘지(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들도 망 사용료를 요구할 수 있고, 넷플릭스 쪽은 늘어난 비용을 구독 요금 인상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하반기에 한국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디즈니플러스 등 다른 글로벌 오티티 업체들도 이번 판결의 영항을 받을 터라, 오티티 서비스 요금이 전반적으로 인상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판결은 국내 트래픽과 이용자가 급증하는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에 대한 망 사용료 지불 의무를 인정한 사례라고 본다”며 “망 이용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내겠다는 책임 있는 자세 변화를 글로벌 콘텐츠사업자들에게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민영 조윤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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