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하면 항체 형성 방해받을 수도..코로나 백신 맞고 1~2일은 금주 [이선아 기자의 생생헬스]

이선아 2021. 6. 2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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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거리두기 완화
술자리 늘어날텐데..
술자리 피할 수 없을 땐
간단한 식사로 빈속 채우고
중간에 수시로 물 마셔야
체내 알코올 농도 낮출 수 있어
백신 접종 후 음주는 금물


코로나19로 1년 넘게 사라졌던 일상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수도권 내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기존 4명에서 6명까지로 늘어난다.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시간 제한도 밤 10시에서 12시로 연장된다. 비수도권은 인원·시간 제한이 아예 풀린다. 일상 회복이 한발짝 가까워지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회식 및 모임을 잡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간 음주율(한 달에 1회 이상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54.7%로 1년 전보다 5.2%포인트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야외·대면 활동이 줄어든 영향이다.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보복심리’로 인해 폭음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갑자기 폭음하게 되면 간 손상은 물론 심장병·치핵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심하면 급사에 이르기까지 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다면 당분간 회식 등 술자리를 피해야 한다. 폭음으로 인해 어떤 질환이 생길 수 있는지, 건강을 지키며 술을 즐기는 방법은 무엇인지, 백신 접종과 음주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봤다.

 “폭음하면 심근경색·급성 치핵 올 수도”


1년 넘게 모임을 미뤄왔기 때문에 다음달부터 술자리가 연이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폭음이다. 짧은 시간 안에 적정량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질병관리청이 권고하는 하루 적정 알코올 섭취량은 성인 남성이 40g 미만(순수 알코올 섭취량 기준), 여성 및 65세 이상 고령층이 20g 미만이다. 자신이 마신 술의 양(㏄)에 알코올 농도(%)와 0.8(부피를 질량으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상수)을 곱한 뒤 100으로 나누면 순수 알코올 섭취량을 구할 수 있다. 소주로 치면 남자는 4잔 이내, 여자는 2잔 이내다.

이 기준은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다. 사람에 따라 알코올분해효소(ADH) 및 대사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체중이 60㎏인 성인의 경우 하루에 간이 처리할 수 있는 알코올 양은 약 80g이다. 소주는 한 병, 맥주는 2000㏄ 정도다. 와인은 750mL, 양주는 200mL에 해당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적정량 이내로만 먹으면 음주는 심부전 발생 위험률을 낮추지만, 이 기준을 넘은 과다한 음주는 오히려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폭음하면 허혈성 심장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일부 심장근육에 혈액이 적절히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혈류 장애다.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해주는 관상동맥에 콜레스테롤 등 지방질이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다. 심하면 관상동맥에 혈전(혈액이 덩어리지는 현상)이 생겨 혈액 공급이 완전히 차단되는 심근경색증으로 발전한다. 심장에 30분 이상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면 근육세포가 죽으면서 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많은 양의 알코올이 갑자기 체내에 들어오면 ‘급성 치핵’이 발병하기도 한다. 몸 안에 흡수된 알코올이 정맥을 확장시키고, 여기에 피가 몰리면서 혈전이 나타난다. 이 혈전이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면서 출혈·통증을 동반한다. 바로 ‘급성 혈전성 치핵’이다. 여기에 안주로 자주 먹는 맵고 기름진 음식까지 더해지면 항문 점막이 손상돼 증상을 악화시킨다.

 수시로 물 마시고, 폭탄주 피해야

술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매번 술자리를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피할 수 없다면 ‘덜 나쁘게’ 마시는 방법이 필요하다. 술을 마시기 전에는 간단한 식사로 빈속을 채워야 한다. 위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알코올이 들어가면 체내 흡수율이 높아져 일찍 취한다. 술을 마실 때 중간에 수시로 물을 마시는 게 좋다. 체내 알코올 농도를 낮추고 간 세포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술을 한번에 들이켜는 ‘원샷’도 혈중 알코올 농도를 급격히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나눠서 마셔야 한다.

‘폭탄주’도 피하는 게 좋다. 종류가 서로 다른 술을 섞으면 알코올 도수가 중간 지점으로 수렴한다. 예컨대 알코올 도수가 약 4~5%인 맥주와 40% 이상인 양주를 섞으면 10~30%가 된다. 인체에 가장 빠르게 흡수되는 도수다. 술을 섞어서 마실수록 더 빨리 취하고 과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2차에서는 치킨과 맥주를 곁들일 때가 많지만, 이 역시 혈관질환과 지방간의 위험을 높인다. 대신 수육처럼 삶은 고기와 과일 등 수분이 많고 열량이 낮은 음식이 좋다.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숙취를 잘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라면, 짬뽕처럼 맵고 얼큰한 국물로 해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오히려 위장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대신 북엇국이나 콩나물국 등 맑은 국물을 마시는 게 좋다. 특히 콩나물은 숙취의 주범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탈수소효소의 생성을 촉진해 숙취 해소를 돕는다. 꿀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혈당을 보충하고,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 독성물질이 체외로 배출되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과음하면 백신 효과 떨어져

최근엔 ‘백신 접종 전후에 술을 마셔도 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3분기부터 만 18~59세 일반인도 접종 대상으로 분류돼 직장인 대부분이 맞을 수 있게 되면서다. 아직 코로나19 백신과 음주 간 상관관계를 명확히 규명한 연구결과는 없다. 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백신 접종 전후에 술을 마셔도 되는지에 대해 확실한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음주가 백신의 항체 형성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렘 메사우디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바이러스연구센터 이사는 지난 4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루 한두 잔의 적정한 음주는 백신 효과를 저해하지 않지만, 많은 양의 술을 마시면 면역체계를 포함한 모든 생물학적 시스템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고 말했다. 국내 방역당국도 백신을 맞고 나면 1~2일 동안은 음주를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백신을 맞은 뒤 흔히 복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도 술과 상극이다. 타이레놀 등 해열진통제의 주요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백신 접종 후 생기는 발열, 근육통 등 이상반응을 줄인다. 하지만 알코올과 결합하면 간을 손상시키는 독성물질로 변한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과도하게 작용해 독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심하면 ‘급성 간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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