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후보 예정대로 9월 선출..반발하던 이낙연도 뒤늦게 "수용"
정세균·이광재 수용하자
이낙연도 뒤늦게 입장 바꿔
이해찬·김원기 등 고문단도
"국민 짜증내..원칙 지켜야"
경선 치열한 검증대결 예고
"이명박·박근혜 같은 혈투"
25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후보를 현행 당헌·당규대로 '대선 180일 전'에 확정하기로 결정했다. 전혜숙 최고위원 등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표결까지 가지 않았고 의견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종결됐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반대·연기를 주장하는 분이 있었지만 결정을 미룰 수 없다는 것에 다들 동의했다"며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표현했다. 상당한 내부 진통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송 대표는 전직 당대표·국회의장 등으로 구성된 당 상임고문단 6명에게 의견을 구한 결과, '원칙론'이 우세했다는 점을 공개하며 본인이 주도한 '9월 경선'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특히 '180일 규정'과 관련해 이해찬 전 대표가 "규정을 만들 당시에는 이 지사가 존재감이 별로 없었고, '이낙연 대세론'이었는데 후보 캠프별 회람을 거쳐서 만든 안"이라고 언급한 내용을 전했다. 즉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 연기를 주장할 명분이 약하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송 대표는 "김원기·문희상·임채정 상임고문은 '국민이 짜증을 낸다. 현행 당헌·당규와 원칙대로 가야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변수는 '연기파'가 불복한 뒤 연대해 향후 당무위원회 소집까지 갈 것인지였다. 특히 이 전 대표 측 오영훈 대변인은 "다수 의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이고도 독단적 결정"이라며 "여름철 휴가와 (도쿄)올림픽 경기 등으로 인한 흥행 없는 경선을 결정했다"고 밝히며 지도부 책임론을 들고나와 파장이 커질 수 있었다.
그런데 군소 후보 중 '연기파'였던 이광재·김두관 의원 등이 일찌감치 수용 입장을 보이면서 당내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이 의원은 "아쉽지만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역동적인 역전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 전 대표와 함께 당내 조직력이 가장 강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마저 "집단면역 이후 역동적 국민 참여가 보장된 경선 실시가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도부 결정을 수용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면서 연기론은 급격히 힘이 빠졌다.
졸지에 '나 홀로 반대'가 돼버린 이 전 대표는 오 대변인이 입장문을 낸 지 2시간40분 만에 본인 명의로 "결정을 수용하고 당내 논의에서 나타난 의원·당원들의 충정은 정권 재창출을 위한 귀중한 에너지로 삼아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반이재명의 선두 주자라면 충분히 검토한 후 대응했어야 한다"며 "캠프 내 위기관리 및 메시지 실패로 또 이 전 대표 체면만 구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의 의중대로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시작됐지만 여전히 위험 요소는 남아 있다. 마지못해 승복한 후보가 다수라는 점에서 향후 경선 과정에서 치열한 검증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상대 약점을 모두 노출시킨 '이명박·박근혜' 대결 못지않은 혈투가 예상된다"고 했다.
[채종원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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