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니엄' 붙은 ESG채권..사후관리는 '필수'
보고서 통해 사후관리 신경써야
주식·펀드 시장과 마찬가지로 채권 시장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입지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 기관을 비롯해 민간 기업까지 ESG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늘리면서 그 규모가 대폭 커지는 모습이다.
ESG에 대한 투자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이런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채권 시장에서도 워싱(위장)은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 대세도 ESG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SG 채권 발행액은 최근 3년간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9년 60억달러(약 6조77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그린 본드 발행 규모는 올 들어 이달 15일까지 120억달러(약 13조5400억원)로 2배 이상 확대됐다.
지속가능채권은 80억달러(약9조270억원)에 근접하며 이미 지난해 발행 규모를 뛰어넘었다. 소셜 본드 또한 90억달러(10조1500억원)에 육박하며 작년의 3분의 2 수준까지 도달했다.
민간 금융회사와 일반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활발하다. 올해 공공기관과 국책은행이 각각 70억달러(약 7조9000억원), 40억달러(약 4조5100억원)를 발행한 반면 민간 금융사와 기업은 80억달러 이상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최초로 2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고, 이를 위해 이달 말 수요예측(사전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2010년 6월 이후 채권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던 현대모비스는 ESG 채권을 통한 회사채 시장 복귀를 예고했다.
이는 비단 국내 시장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ESG 채권 발행은 증가하고 있다. 그린 및 소셜 본드, 지속가능채권을 합산한 발행 규모는 이달 15일 기준 4500억달러(약 507조5100억원)로 이미 지난해 수준에 근접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ESG 채권 발행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데는 '그린니엄'과 관련이 있다. 그린니엄은 그린과 프리미엄의 합성어로 채권 발행 시 동일한 조건의 일반 채권보다 ESG 채권의 제공 금리가 더 낮게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업들이 더 저렴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뜻인데, 신용등급 'AA' 기업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지난 4월 말 수요예측을 진행한 롯데케미칼(AA+)은 1.910%의 표면이율로 5년 만기 ESG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비슷한 기간 5년 만기 일반 채권을 발행한 NH투자증권(AA+)은 1.954%의 금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 24일 금융투자협회가 웨비나 형식으로 개최한 '2021년 하반기 채권시장 전망' 포럼 발표자로 나선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실히 'AA' 등급에서는 일반 채권에 비해 결정되는 스프레드가 낮다"며 "이는 그만큼 기업들이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MSG 피하려면…사후관리 필수
ESG 채권의 성장세가 앞으로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주식·펀드 시장과 마찬가지로 ESG를 가장한(그린워싱) 기업 채권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그린워싱이란 ESG 기업을 자처하거나 ESG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실질적으로 ESG 경영을 하지 않고 조달한 자금을 관련 프로젝트에도 사용하지 않는 경우를 가리키는 용어다.
아직까지 ESG 채권 발행 역사가 깊지 않은 국내에서는 워싱과 연루된 기업이 없지만 해외에서는 관련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한광열 연구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국영석유기업 에니(Eni)가 팜유(palm oil) 기반 친환경 연료 '디젤+'에 대한 과장 마케팅으로 500만유로(약 67억7000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한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내 해외와 유사 사례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 결국 투자자 손실로 연결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며 "그린워싱 리스크를 아예 없애는 게 불가능한 만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우선 ESG 채권의 경우 사후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일반 채권과 비교해 ESG 채권이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이 자금 조달 목적인만큼 투자 후에도 용도에 맞게 자금이 활용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반 채권의 경우 사용처가 운영 자금 활용, 설비 투자 등으로 모호한데 반해 ESG 채권의 경우 관련 프로젝트가 명확히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ESG 인증 보고서 등에 프로젝트 관련 내용, 현금 관리, 자금 사용 목적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는 만큼 보고서를 참고하는 게 좋다. 아직 기업들에 공시 의무가 부여되지 않은 만큼 투자 기업 홈 페이지 등에 게재되는 공시도 유용한 소스가 될 수 있다.
공시 내용이 빈약하거나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는 경우 해당 기업에 적극적으로 정보를 요청하는 등의 지속적인 관심이 워싱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한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ESG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와 투자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지만 그린워싱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이를 최소화 하는 방안들도 고민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발행 보고서, 프로젝트 관련 내용, 공시 등을 꼼꼼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이레 (i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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