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에 출렁이는 자산시장, 실적만 보고 가라

장경영 2021. 6. 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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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할 수 없다. 설명하려고 머리 싸매지 말고 순응해라."

A씨는 "최근 금융시장 반응은 설명하기 어렵다"며 "뒤죽박죽 혼란한 상황을 겪으면서 현재로선 '유동성이란 게 정말 곳곳에 엄청난 규모로 퍼져 있었구나'라는 해석 정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음주엔 다시 금리가 뛰고 산업재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는 A씨의 말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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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영의 Money 읽기
(56) 유동성의 힘
넘치는 유동성 전세계에 퍼져
통상적인 분석과 예측 안 통해
주가는 결국 '실적이 좌우' 명심

“설명할 수 없다. 설명하려고 머리 싸매지 말고 순응해라.”

펀드매니저 A씨는 혀를 내둘렀다. 최근 2주간 시장 상황이 A씨 같은 전문가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2023년 정책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월가에선 내년 중반부터 올릴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그런데 인플레 헤지수단인 상품의 가격은 빠졌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4%대로 떨어졌다.

A씨는 “최근 금융시장 반응은 설명하기 어렵다”며 “뒤죽박죽 혼란한 상황을 겪으면서 현재로선 ‘유동성이란 게 정말 곳곳에 엄청난 규모로 퍼져 있었구나’라는 해석 정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쟁이’ 입장에선 2주 전만 해도 금리가 뛰면서 증시가 제대로 한방 맞겠다고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그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증시는 신고가를 찍고 채권 금리는 하락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A씨 같은 전문가들이 시장 상황을 살피기 위해 예의 주시하는 것은 채권 금리, 상품 시세 등이다. 글로벌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고 시장을 예측할 수 있어서다.

채권 중에선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특히 주목 대상이다. 지난 16일엔 연 1.57%까지 치솟아 ‘Fed의 긴축 신호→금리 상승→증시 조정’의 경로가 예상됐다. 연 1.7%를 뚫으면 증시 조정이 불가피하고, 특히 신흥국 증시가 휘청일 것으로 우려됐는데 1주일 새 연 1.4%대로 주저앉았다.

상품 중에선 구리 가격이 오르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목재(lumber)도 경기 전망에 따라 가격이 잘 움직인다. 목재는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증가한다고 해서 공급이 바로 늘어나기가 어렵다. 나무를 공장에서 기계로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수요에 대해 공급이 비탄력적이라서 가격 변동폭이 크다.

목재 선물 가격은 1000보드피트(board feet: 넓이 1제곱피트에 두께 1인치의 목재 단위)당 작년 11월 초 500달러에서 지난달 7일엔 1670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843달러까지 빠져 한 달 새 반 토막이 났다.

A씨는 “목재 가격이 반 토막 나는 동안 경기회복 기대감이 반 토막 난 것은 아니다”며 “목재에 들어왔던 유동성이 큰 규모로 빠르게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목재 외에 팔라듐, 은, 콩 등에서도 투자됐던 유동성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모습이 확인된다”며 “전 세계가 유동성에 휘둘리는 상황이라 돈으로 거래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썩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이 글로벌 시장을 휘젓고 있어 통상적인 분석과 예측이 무의미할 지경이란 얘기다. 이쪽이 빠지면 유동성이 이익실현하는구나, 저쪽이 오르면 유동성이 저가 매수하는구나 하고 짐작만 할 뿐이란다.

A씨는 암호화폐와 증시가 같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것도 빗나갔다고 했다. 지금은 암호화폐에서 빠져나온 유동성이 증시로 몰리는 양상이다. 25일 코스피지수는 사상 처음 3300선을 돌파했다.

이처럼 유동성이 곳곳을 들쑤시고 다녀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눈치껏 유동성의 움직임에 편승해서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야 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자칫 여기서도 물리고 저기서도 털릴 수 있다.

“다음주엔 다시 금리가 뛰고 산업재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는 A씨의 말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럴 때 그나마 확실한 방법은 실적이 좋아질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다. 유동성이 활개를 쳐서 변동성이 심하더라도 주가는 결국 실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위험수용 성향이 강한 투자자라면 가격이 많이 빠진 목재를 비롯한 상품에 조심스럽게 접근해볼 수도 있겠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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