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대세지만..전력위기도 함께 온다

오수현 2021. 6. 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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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 / 그레천 바크 지음 / 김선교·전현우·최준영 옮김 / 동아시아 펴냄 / 2만2000원
인류가 현재 수준의 탄소 배출을 지속할 경우 이번 세기 말 지구 기온은 4.5도 상승한다. 기온이 2도만 올라도 많은 도시들이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고, 4억명 이상이 폭염과 물 부족으로 고통받게 된다.

결국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인류가 직면한 긴급 과제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 현재 우리는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아무리 많이 생산하더라도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전기 공급 시스템, 즉 '그리드(grid)'를 갖추고 있지 않다. 그리드란 '발전소→변전소→송전선→퓨즈→전선→콘센트→플러그'로 이어지는 전력 공급 체계 전반을 일컫는 말이다.

현재 그리드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20세기 에너지 자원에 맞춰 건설됐다. 재생에너지 전력도 기존 그리드를 통해 공급되고 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기존 발전소와 달리 불안정하며 가변적인 전류를 그리드로 흘려 내보낸다는 것이다. 이런 전류는 그리드를 잠식하고 파괴한다. 그 결과가 미국 텍사스 정전 사태와 같은 대규모 블랙아웃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공장, 경찰, 군대, 병원 등 사회 기본 인프라스트럭처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리드가 없으면 당연히 전기도 없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건설이나 시급한 게 재생에너지 그리드 구축일 것이다.

미국의 인류학자 그레천 바크의 저서 '그리드'는 에너지 전환기를 살고 있는 인류가 직면한 제2의 전기 인프라 혁명에 관한 이야기다.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는 최소 50% 감축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주는 2030년까지 전략 생산량의 53%를, 하와이주는 2032년까지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덴마크는 2050년까지 풍력만으로 10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탄소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그리드를 전면 개편해야 가능한데, 스마트한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구글은 본사와 데이터센터를 전체 전략 생산·공급 체계인 '마이크로그리드'로 운영하고 있다. 애플은 기존 그리드와 단절돼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그리드에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이 엮여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의회, 에너지 기업, 주주들까지 이해당사자들 간 그리드의 혁명적 전환 합의가 이뤄지기란 쉽지 않다.

결국 저자는 마이크로그리드가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그리드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기업들은 물론 가정집마다 자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그리드 확보에 나서고, 스마트 기술로 인해 수많은 마이크로그리드가 연결되면서 재생에너지 전력의 물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실제 뉴욕에서만 83개에 달하는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탄소에너지 발전과 기존 그리드는 멸종 수순을 밟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같은 그리드의 전환이 미국과 유럽에서의 일은 아니다. 제주도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기존 그리드가 수용하지 못해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기존 전력망과 차단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부 에너지정책 당국자부터 이 책을 읽어봐야 할 이유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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