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장악한 '공룡 기업'..서비스 공백 초래하다

이용건 2021. 6. 2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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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독점 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 / 데이비드 데이옌 지음 /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 2만5000원
맥주를 마시고 싶은 미국인은 선택권이 없다. 전 세계 500개 맥주 브랜드를 소유한 AB인베브나 몰슨쿠어스 제품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그럼에도 크게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건 맥주만 전문적으로 양산하는 거대 기업들이 가격과 품질 모두 경쟁력을 갖췄을 거란 믿음 때문이다. 그들이 가격을 낮추거나 제품 질을 높일 이유를 못 느끼는 '규모의 저주'에 빠진 줄도 모르고 말이다.

미국의 탐사 보도 전문기자 데이비드 데이옌은 책 '우리는 독점 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를 통해 독점 기업의 폐해를 다룬다. 시장 독점의 악영향을 거시 지표로 다루기보단 독점 기업들이 보통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생생한 취재기를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대표적으로 항공 산업은 국가별 독점 기업들이 보통 사람들을 '실험용 쥐'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지연, 점점 좁아지는 좌석 간 간격, 하나씩 유료화되는 서비스, 줄어드는 편당 승무원 수까지 항공사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고통은 늘어난다. 이처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항공사들의 최상위 투자자들이 워런 버핏과 블랙록, 뱅가드 같은 자산운용사들이란 점이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저자는 독점 기업으로 인해 생겨난 필수재와 서비스의 공백 사태를 '사막'에 비유한다. 지역 언론이 무너지면 '뉴스 사막'이 생겨나고, 소도시 고속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이 채산성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하면 '디지털 사막'이 생겨난다. 병원 통폐합은 '의료 사막'을 초래하고 심지어는 교도 시설 독점화로 죄수들은 도를 넘는 착취를 당하게 된다.

우리는 꽤 오래전부터 독점 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 경고음이 끊임없이 들려왔고 공정 거래를 보장하기 위한 법률과 제도도 마련돼 있지만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다. 저자는 이런 장치들이 올바르게 실행되기 위해선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로 정치와 권력의 문제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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