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분쟁 '기준점' 나왔다..韓 ISP, 해외 CP에 정당대가 받을까

김정현 기자,온다예 기자 2021. 6. 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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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P와 CP의 의무와 책임에 대한 첫 사법적 판단 나와
향후 글로벌CP '망 중립성 원칙' 논리로 회피 어려워질듯
국내 인터넷·콘텐츠 업계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판결이 나왔다. ⓒREUTERS=뉴스1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온다예 기자 = "(넷플릭스가 제기한 소송에서)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 부분을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대가지급의무 부존재 확인)을 기각한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

국내 인터넷·콘텐츠 업계에서 망 대가 관련 문제에 대해 하나의 이정표가 될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사실상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로 넷플릭스뿐 아니라 향후 구글을 비롯해 국내에 진출할 예정인 글로벌 콘텐츠 제공자(CP)들과의 망 이용대가 협상에서 국내 망 사업자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韓에서 ISP와 CP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 나온 첫 사법적 판단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김형석)는 25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협상의무부존재 확인부분은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며 사실상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것으로 넷플릭스가 사실상 패소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의 소송대리인인 강신섭 변호사(법무법인 세종)은 판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가 망이용료 대가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 것을 법원이 기각했다"며 "이는 재판부가 넷플릭스에 망이용 대가 지급 의무가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넷플릭스 측은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이나 민법의 법리를 뛰어넘는 논리를 많이 폈다"며 "법원이 그런 부분에 대해 냉정히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넷플릭스 측은 "국내 인터넷 망에 엄청난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지만 망의 유지보수와 안정을 위한 책임을 ISP에 전가하고 있다"며 망 사용대가를 요구하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소송 당사자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뿐 아니라 국내외 CP 및 ISP들도 주목해 '세기의 재판'으로 꼽혔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CP와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ISP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온 사법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의 소송대리인인 강신섭 변호사(법무법인 세종)가 선고 이후 취재진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1.06.25./뉴스1 © News1 김정현 기자

◇구글 등 글로벌 CP '망중립성' 논리 약화…국내 ISP '정당대가' 받을까

이번 소송으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CP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유튜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전체 트래픽의 25.9%를 차지할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발전된 국내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해 큰 수익을 벌어가고 있으면서도 '망 중립성 원칙'을 내세우며 망 이용대가를 회피해왔다.

그러나 이날 소송에서 '망 이용료를 CP에 요구하는 것은 망중립성 원칙 위반'이라는 넷플릭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망 중립성 원칙만으로는 지금까지처럼 망 이용대가를 회피하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강 변호사는 이날 판결에 대해 "망중립성 원칙은 ISP가 합리적 이유없이 데이터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지 망 사용대가가 무료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SK브로드밴드 측에서는 피부색, 성별, 연령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의료법 15조를 예시로 들었는데, 차별 금지가 의료 서비스 대가가 무료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구글뿐 아니라 국내 진출을 앞둔 디즈니플러스(+), 애플tv+, 아마존프라임비디오, HBO맥스 등 다른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 역시 망 이용대가 부담이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특히 통신업계에서는 국내 진출이 사실상 공식화된 '디즈니+'의 국내 서비스 시작이 자꾸 미뤄지는 원인으로 디즈니의 망 이용대가 회피가 지목되고 있는만큼, 디즈니와 국내 업체들의 협상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고있다.

© 뉴스1

◇넷플릭스, 항소 거의 확실시…SKB는 "불복시 반소로 망사용료 청구"

이번 판결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은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환영한다"며 "앞으로도 인터넷 망 고도화를 통해 국민과 국내외 CP에게 최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넷플릭스 측은 판결 이후 곧바로 "전 세계 어느 법원이나 정부 기관도 CP로 하여금 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도록 강제한 예가 없다"며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인터넷 거버넌스 원칙에도 반한다"는 입장을 내며 반발했다.

넷플릭스 측이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향후 SK브로드밴드에서도 망 이용대가를 받기 위한 반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 변호사는 "재판기일이 더 진행됐으면 반소를 제기해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려고 했었다"며 "회사가 경영상 고려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넷플릭스 측에서 재판 결과에 불복한다면 반소 제기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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